최근 몇 년 사이에 '한달살기'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모 숙박업체의 광고 문구처럼 단순히 관광을 하면서 둘러보는 수준을 넘어 아예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체험을 즐기는 것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한달살기'는 지난여름 방송됐던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의 인기에 힘입어 제주도를 시작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눅진하게 머무르며 다른 삶을 체험하다
바쁜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에겐 사실 여행도 부담스럽다. 휴식이 필요하지만 간만의 여유가 아쉬워 여행지에 가면 짧은 일정을 쪼개 이것저것 보러 다니기에 바쁘다. 보통 휴가를 떠나면 잠자는 시간까지도 아껴 삼시 세 끼 맛집을 탐방하고,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곳곳을 누비고 다녀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등장한 것이 '한달살기'다. 한곳에 눅진하게 머무르며 현지인들과 어울려 기존 자신이 살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그들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다.
'한달살기' 여행지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온화한 기온에다 섬이라는 이국적인 환경,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까지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해외 여행지와는 달리 언어 걱정할 일도 없고, 도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올여름 딸 둘을 데리고 제주도에서 한달살기를 경험하고 온 황수미(39) 씨는 "남편과 오랜 상의 끝에 '제주 한달살기'를 결정했는데, 수업과 학원에 찌든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외국에서 한달살기를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모의 경우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 한달살기를 선택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라면 외국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일에 도전해봐도 좋다. 자연스럽게 영어공부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동남아를 비롯해 파리나 런던, 하와이, 킨포크의 성지 미국 포틀랜드 등에서 한달살기를 체험하는 이들도 많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전 세계의 한 달 머물기 좋은 여행지 5곳'을 간추려 발표하기도 했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느리게 살기의 대명사다. 인심 좋고 물가가 저렴한 데다 온천이 많은 불가리아 소피아도 추천 명단에 올랐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마지막 촬영지였던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은 밀림 속 편안한 휴양지로 각광받았다. 태국 치앙마이는 기후가 선선하고 경제적 부담이 적어 한달살기에 적합한 곳으로 꼽혔다.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인접한 체코'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루마니아 등을 여행하기 좋고 다양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킨포크 라이프, 소박한 삶 즐긴다
'킨포크(kinfolk) 라이프'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느리고 여유로운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스타일을 말한다. '킨포크'의 사전적 의미는 '친척, 친족 등 가까운 사람'이라는 뜻의 영어로, 미국 포틀랜드 라이프 스타일 잡지에서 유래했다. '효리네 민박' 이효리 씨가 선택한 라이프 스타일이 바로 여유 자적한 킨포크 라이프에 해당한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텃밭을 가꾸고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이런 여유로움 속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한달살기'를 경험해 본 이들은 "너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건 좋지 않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며 어디를 방문하고, 무엇을 경험할지 등에 대해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한달살기를 계획한다면 먼저 기존, 삶의 방식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한달살기의 최고 목표는 적게 소유하고 천천히 움직이며 여유를 만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생활의 편리함과 속도감을 그대로 품은 채 로망만 가지고 한달살기에 도전했다가는 실망만 하고 돌아갈 뿐이다. 대신 단 하나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게 잔소리 안 하고 실컷 놀게 하기, 인스턴트 식품 끊고 살기, 하루 한 시간 멍때리기처럼 대단하진 않지만 삶의 질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한 가지만 실천해도 성공한 한달살기가 된다.
아직 일주일 휴가조차 내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한 달 동안 일을 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과 자신의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들이 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휴식' '재충전'을 보장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안식월 휴가나 근속 5년 차마다 4주간 휴가, 혹은 일주일 이상의 장기 휴가를 의무적으로 가도록 권유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휴직 기간 동안 한달살기를 경험해보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또 한달살기는 미래를 위해 사전 준비작업으로 제격이기도 하다. 이민이나 퇴직 후 삶을 위해 미리 한 번 한 달을 살아보고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곳을 찾아간다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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