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포항 지역 곳곳에서 물과 모래가 솟구치는 이른바 '액상화(Liquefac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액상화는 지진의 충격으로 땅과 지하수가 섞이면서 지반이 약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액상화가 진행된 지반은 매우 약해져 작은 규모의 지진 충격에도 건물 붕괴'지반 침하 등 대규모 피해가 날 수 있는데, 여진이 숙지지 않는 상황에서 포항 일대 지반이 취약해졌다는 사실마저 확인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포항 진앙과 가까운 지역에서 모래와 진흙 분출구 30여 개를 확인했다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공식 발표는 예사롭지 않다. 지진 발생 지역에서 모래와 진흙이 분출되는 현상은 액상화의 가장 유력한 증거인데 국내에서 이 현상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 연구진이 진앙 반경 3㎞ 이내에서 200곳의 액상화 분출구를 발견했으며 진앙에서 13㎞나 떨어진 곳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됐다는 제보까지 고려하면 액상화 현상은 포항 일대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포항 등 한반도 동남해안 일대는 퇴적암 지층 구조로 돼 있는데다 매립지 위에 건물을 세운 곳이 많아 액상화 현상이 더해지면 지진 추가 발생 시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가 날 수 있다. 내진설계 기준에 맞춰 견고하게 지은 건물이 액상화 현상으로 맥없이 무너진 외국의 사례 등을 생각해볼 때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액상화 현상에 대한 데이터와 지식이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액상화 위험도 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액상화 위험 지도를 공개하고 있다. 건축주와 시공자들은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건축 전에 지반 밀도를 보강하거나 말뚝으로 건조물을 강화하고 물을 제거하는 등의 대비를 하고 있다. 정부가 포항 지역의 액상화 실태 파악에 들어간다는데 이참에 제대로 된 조사를 벌여야 한다. 실태를 알아야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액상화 현상이 진행된 포항 지역 건축물에 대해서는 다양한 보강 작업 등을 통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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