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대의 미학과 혼돈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는 단추에서 미니어처화된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다. 또 장식예술에서 다루는 전통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낯선 기술도 발견한다. 유리병에서 투알드 주이(밝은 색 바탕에 단색의 꽃이나 풍경을 프린트한 천)를 거쳐 펜던트에 이르기까지 오브제의 선택을 살펴보면, 단추가 패션 및 장신구 예술과 응용예술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장식예술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단추들을 소개하면, 첫 번째 '열기구' 단추가 있다. 1783년 6월 5일 프랑스의 하늘 위로 지름 11m의 커다란 공이 두둥실 떠올랐다. 인류 역사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열기구의 탄생은 이후 '열기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여자들은 공 모양으로 머리를 올리고, 도자기 접시, 가구, 금동 펜던트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열기구 열풍을 확산시키는 매개체로 쓰였다. 단추에는 다양한 색의 열기구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두 번째는 '노예 제도 반대론'을 표현하는 단추이다. 18세기 중반, 영국과 미국의 퀘이커 교도들은 노예제도가 갖는 비인간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1785년에 창설된 노예무역 철폐를 위한 협회는 숭고한 대의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배포할 수 있는 이미지를 내놓았다. 손목과 발목이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을 꿇은 한 흑인 청년이 무언가를 간곡히 애원하는 듯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형상을 메달로 제작한 것이다. 이것을 도자기 제작자 '조사이어 웨지우드'는 얕은 돋을새김을 한 작은 카메오로 수천 개 제작했다. 이 카메오를 코담뱃갑 뚜껑, 펜던트 단추 장식 혹은 여인들의 팔찌, 머리핀으로 만들어 썼다.
세 번째 '자연'을 담은 단추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호는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했던 '호기심의 방'에서 비롯되었는데, 18세기 후반에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유럽으로 가져온 새로운 생물종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모델로서 예술 창작에 새로운 자극을 불러일으켰다. 이때에 식민지의 이국적 동물들을 그려 넣은 단추도 제작되었다.
이 밖에 수수께끼, 격언, 연애 문구를 새겨넣거나 머리카락을 이용한 것도 있었다. 머리카락은 기억의 매개체이자 흐르는 시간의 상징이며 성 유물로 여겨 애정, 감사의 표시로 단추에 넣어 선물했다. 이렇게 작은 단추는 시대의 흐름과 유행을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예술 작품이 되었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차문 닫다 운전석 총기 격발 정황"... 해병대 사망 사고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