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진 피해에도 민투 학교만 제때 수리를 못하는 현실

포항의 지진 복구작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지어진 학교들만 복구'수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학교'교육청과 민간업체와 맺은 계약 때문에 학교 건물에 대한 복구'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학부모'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문제다.

이유를 알아보니 민자 학교는 민간업체의 '세입자'와 비슷해 수리'보수를 하려고 해도 민간업체의 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한다. 경북도교육청과 민간업체의 BTL 계약에 학교 건물 유지'보수는 민간업체가 맡기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학교별로 내려 보낸 수천만원의 긴급 복구비를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학교가 6곳이다. 학교 외벽이 갈라지고 건물 손상이 있더라도 업체의 승낙이 없으면 수리할 수 없다니 황당하다. 일부 학교는 직접 증'개축한 건물에 대해 정부의 긴급 복구비를 쓰고, 민간투자 건물에 대해선 손도 대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다.

경북도교육청과 업체 측은 건물에 들어놓은 재해보험금을 받은 뒤에나 본격적인 수리에 나서려고 하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업체 측은 급한 곳만 임시로 수리해놓고 방학 때 전면 수리에 나설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와 학부모들은 방학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학생들이 보수'점검이 필요한 건물에서 수업을 받으며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이기에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의 우려와 걱정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도교육청과 민간업체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규정'계약 따위를 들먹이며 이를 회피하고 있으니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해보험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진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험금 산정이나 기다리며 수리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 국회는 재해 시 민자 학교의 보수'수리 주체, 보험금 산정 방식 등에 대한 문제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입법화해 학부모'학생의 두려움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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