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벽을 여는 사람들] <3> 시내버스 기사…"바쁘게 사는 서민, 친절히 모셔야죠"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새벽 3시 30분에 출근, 쓸고 닦고 애마 청소…첫차 승객은 대리기사, 애환 나누다 보면 웃음

9일 대구 706번 시내버스 운전사 백영만 씨가 중앙로에서 찬 공기를 가르며 오전 5시 30분 첫차를 운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9일 대구 706번 시내버스 운전사 백영만 씨가 중앙로에서 찬 공기를 가르며 오전 5시 30분 첫차를 운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9일 오전 5시 10분 대구 중구 약령시 앞 승강장. 어스름한 가로등 빛을 맞으며 706번 시내버스 한 대가 홀로 서 있다. 운전기사 백영만(59) 씨가 입김을 불어가며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모습이 버스 창 밖으로 비쳤다. 청소를 마친 백 씨가 셔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계기판의 먼지를 훔치고, 앞유리 와이퍼를 켰다가 끄기를 반복했다. 20여 분에 걸친 운행 준비는 미끄럼 방지포가 붙은 흰 장갑을 끼면서 끝이 났다.

오전 5시 30분. 706번 버스가 '부르릉' 몸을 떨며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새벽 첫차. "많이 추우시죠? 반갑습니다." 그가 첫 승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느릿느릿한 그의 목소리는 옷깃에 걸린 소형 마이크를 거쳐 버스 안을 꽉 채웠다. 인사를 받지 않는 승객이 대부분이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 "너무 이른 시간이니 그럴 수도 있죠." 웃어넘기는 백 씨는 자칭타칭 '긍정왕'이다. 5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달서구 대곡동 차고지. 아침 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한 백 씨가 운행을 시작했다. 오전 7시 50분, 다시 약령시 승강장에 도착할 때쯤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가 운전대를 꽉 잡았다. "눈이나 비가 오면 바짝 긴장을 하다 보니 어깨도 결리고 허리가 뻐근해요." 버스에 오르던 한 승객이 먼저 백 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인사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활짝 웃는 백 씨의 눈가에 주름이 깊었다.

오전 5시 30분. 수성구 범물 1동 차고지에서도 이종백(63) 204번 기사가 운행 준비에 한창이었다. 오전 근무조인 이 씨의 출근시간은 오전 3시 30분. 북구 관음동 차고지에서 수성구 범물동까지 버스를 가져와야 한다. 이른 새벽인데도 그는 졸음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어렵지만 꽤 적응이 돼 힘들진 않아요."

지난해 '대구시가 선정한 친절기사'에 이름을 올린 이 씨에게 미소와 웃음은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승객들을 반갑게 맞았던 것은 아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그는 3년 동안 휴일만 되면 동네 뒷산을 오르며 만나는 모든 등산객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제 인사에 당황하는 등산객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계속 인사하는 연습을 했더니 저도 모르게 인사가 나오더군요."

오전 6시. 황금동 승강장에서 첫 승객 박모(53) 씨가 버스에 올랐다. 박 씨는 오전 4시까지 대리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밤늦게 운전을 하는 직업이니 늘 피곤하고 진상 고객들로 힘든 날이 많은데 이렇게 새벽부터 기사님의 친절한 인사를 받으니 기분도 좋고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모든 승객이 고마워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20대 남성이 운전 중인 그에게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러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승객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이 남성을 데려가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 씨는 퇴직 후 버스기사들을 상대로 친절'서비스 강의를 하는 것이 꿈이다.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발이 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도 버스기사들과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싶습니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DMZ 지뢰 폭발 사건의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대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 부족을 비판하며, 군이 군답지 못하다고 분노...
프랑스의 재정 불안과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유로화의 가치가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이는 프랑스 채권시장 불안과 내년 대통령...
대구의 운문댐 저수율이 22.9%로 급감하며 가을 가뭄으로 인한 식수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구시는 낙동강 대체 공급을 확대하고 금호강 ...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광유전학을 개척한 칼 다이서로스, 페터 헤게만, 게오르크 나겔에게 수여되었다. 그들은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 활동..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