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종합유통단지 내 대구우편집중국은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 대구우편집중국은 대구를 비롯해 청도, 경산 등 인접 시'군의 우편물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특히 우편물 분류업무를 담당하는 야간조는 오후 10시 또는 오전 3시에 출근해 우편물과 택배를 정리한 뒤 발착(발송'도착)팀으로 보낸다. 발착팀 직원들은 오전 5시부터 3시간에 걸쳐 우체국 물류지원단 배송차에 우편물을 옮겨 싣는다. 대구우편집중국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우편물의 양은 5만t 안팎. 승객 1천500명이 탑승하는 대형 크루즈 여객선의 무게와 맞먹는다.
지난 12일 오전 4시 대구우편집중국. 각 층에는 야간 분류업무 담당자들이 갓 들어온 우편물을 목적지에 따라 분류하고 있었다. 대형 소포를 다루는 1층 소포계 안에는 가수 엄정화의 노래 '페스티벌'과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대구우편집중국의 'DJ' 박일봉(57) 씨가 동료들의 잠을 깨우고 일의 능률을 높이고자 엄선한 일종의 '노동요'다.
직원들은 짐수레에 실려 있는 소포를 쉴 새 없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렸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설치된 소포 구분기는 송장의 바코드를 인식해 행선지에 따라 분류했고, 직원들이 다시 같은 행선지의 화물을 모아 짐수레에 실었다.
이곳 3층과 5층에서는 소형 우편물 분류가 한창이었다. 10년 경력의 문정아(50) 씨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2m나 떨어진 상자에 우편물을 던져넣었다. 문 씨는 "처음에는 실수도 했지만 오래 하다 보니 이젠 눈을 감고도 던질 정도로 달인이 됐다"고 웃었다. 국제우편물을 분류하는 김호철(46) 특수팀장은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한다. 오전 9시부터 24시간 동안 일한 후 하루를 쉬는 식이다. 이틀에 한 번씩 20시간씩 깨어 있어야 하는 셈이다. 그는 "일본으로 갈 우편물이 태평양을 건널 수 있기에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수면 부족을 극복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했다.
같은 시간, 외부로 개방된 우편차 주차장에서는 발착팀 15명이 100㎏ 무게의 철제 짐수레를 밀어 옮기고 있었다. 소포까지 얹은 짐수레 무게는 최대 300㎏에 육박한다. 이들이 옮긴 짐은 서대구, 구미, 경산 등으로 가는 우편차 4대 안에 차곡차곡 쌓였다.
발착팀 직원들은 발등 부분에 철을 덧댄 안전화를 신고 긴장감 속에 일한다. 무거운 짐수레에 발이나 몸이 깔리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온몸으로 수레를 옮기던 18년차 직원 권기범(48) 발착팀장의 입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영하 8℃의 칼바람 속에서도 그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했다. 권 팀장은 "마감 시간을 칼같이 지켜야 목적지까지 우편물이 제때 도착할 수 있다"며 "오전 8시 전에 우편차를 떠나보내는 게 우리 팀의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권 팀장은 전날 오후 3시에 출근해 이날 오전 9시에 퇴근했다. 3시간가량의 취침 시간이 있지만 부족한 잠을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택배 물량이 많거나 일이 바쁠 땐 취침시간을 반납하는 날도 잦다. 그래도 권 팀장은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우리가 보내는 소포와 우편물 모두 받는 이들에겐 소중한 물건이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들을 돕고 있다는 보람이 정말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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