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달 자주 목격되는 팔거천 "공사하자" "안된다" 엇갈려

재해예방사업 찬반 논란…반대 "건강한 하천 그냥 둬야" 찬성 "유지수 늘리면 더 쾌적"

대구 북구 팔거천과 운암지에 천연기념물 수달이 자주 목격되면서 수량이 부족한 팔거천에 금호강 물을 공급하려는
대구 북구 팔거천과 운암지에 천연기념물 수달이 자주 목격되면서 수량이 부족한 팔거천에 금호강 물을 공급하려는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이 자칫 수달의 서식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최근 팔거천과 운암지 일대에서 수달이 잇따라 목격되면서 대구 북구청이 추진 중인 '팔거천 재해예방사업'(본지 2017년 4월 25일 자 2면 보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이 서식할 정도로 건강한 하천을 인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팔거천 환경보전을 위해 유지수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북구청은 지난해 10월부터 금호강 물을 끌어와 팔거천 진흥교 지점에 공급하는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0년까지 229억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팔거천 수위는 현재보다 27㎝가량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팔거천과 운암지에서 수달을 봤다는 목격담이 줄을 이으면서 재해예방사업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재해예방사업이 수달의 생태환경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장지은 팔거천지킴이 공동대표는 "수달이 살 만큼 건강한 하천에 연간 유지비만 4억원씩 들어가는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공사 과정에서 환경에 도리어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하류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것도 생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재해예방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대영 칠곡발전협의회 이사는 "팔거천 환경 문제의 핵심은 부족한 수량 탓에 발생하는 오염과 악취"라며 "유지수 공급이 수달과 사람 모두에게 나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영호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박사는 "대구는 연간 강수량이 1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 팔거천은 건천에 가깝다. 신천이나 수성못이 유지수 공급으로 깨끗해진 것을 봐도 어느 정도 유지수 공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유지수 공급에는 긍정적이면서도 생태계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후 한국수달연구센터 연구원은 "유지수 공급은 수생생물의 서식환경을 개선해 수달의 먹이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일부 구간은 울타리 등으로 사람의 접근을 막고 야생동물의 휴식공간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학과 교수는 "팔거천은 도심하천인 만큼 사람들이 이용할 최소한의 길은 만들어야 한다. 다만 하천 바닥을 콘크리트로 포장하거나 필요 이상의 인공물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구청은 24일 대구환경청과 함께 칠곡 운암역 주변의 생태 환경을 조사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운암지는 공간이 좁고 팔거천은 유량이 풍부하지 않아 수달의 서식지보다는 이동 통로로 보인다"면서 "생태 조사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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