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피 돕고, 생존자 돌보고…내 일처럼 챙긴 주민들

소방대원 도와 환자들 구해…장사 접고 쉴 공간 내주기도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은 검은 연기에 휩싸였지만 밀양시민들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불이 나자 인근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인명 구조에 동참했고, 다른 주민들은 현장으로 달려와 병원을 빠져나온 생존자들을 돌봤다.

병원 인근 주민들은 소방관들과 함께 환자들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탰다. 회사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던 우영민(26) 씨는 화재를 목격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병원 1층 응급실 쪽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 듯 싶더니 곧 검은 연기가 병원 건물 전체를 감쌌다"면서 "소방관들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불을 끄면서 환자를 구하고 있었고, 환자들은 얼굴과 손, 환자복이 연기에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고 했다. 우 씨와 주민들은 소방관들이 설치한 슬라이더(미끄럼틀형 구조기구)를 타고 환자들이 무사히 내려오도록 슬라이더를 꼭 잡고 있거나 인근 장례식장으로 대피시켰다.

세종병원 인근에 사는 정모 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떨고 있던 병원 식당 조리사들을 불러들여 음료와 식사를 대접하고 안심시켰다. 병원 앞에서 미용실은 운영하는 우지현(29) 씨는 "오늘 아예 영업을 중단하고 추운 바깥에서 떨고 있는 분들이 잠시나마 몸이라도 녹이라고 문을 열어 뒀다"고 했다.

지역 사회단체들의 활약도 빛났다. 김정연(52) 밀양지역자활센터 사업운영과 팀장은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왔다. 밀양지역자활센터는 세종병원과 인접해 있다. 이곳 직원 12명은 떨고 있는 환자들을 센터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바닥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줬다. 또 소방관들과 함께 환자를 옮기고 센터 1층에 임시 장례식장과 유가족 대기실도 만들었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밀양지구협의회도 힘을 보탰다. 이곳 회원들은 커피와 따뜻한 차를 준비하고 급식차를 준비해 현장 관계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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