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댐이 들어선지 42년이 지났지만 마땅히 갈 곳조차 없었던 수몰민들은 안동댐 인근 곳곳의 하천부지에 이주단지를 조성해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주단지 마을 앞으로 도로가 새로 개설되고, 학교가 들어섰지만 마을 전체가 하천부지여서 불법주택에 살면서 재산권 행사도, 주택 증'개축도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수몰 이주민들은 하천부지 주인인 K-Water 측에 주택이 들어선 땅을 팔아 양성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K-Water 측은 이 마을이 '수몰선'(水沒線)이라는 원칙만 내세운 채 수몰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안동호가 수몰선까지 물이 찬 적은 준공 이후 한 번도 없다.
◆60여 가구 양성화 요구
안동시와 K-Water 안동권관리단에 따르면 1971년 4월 저수지 면적 51.5㎢에 달하는 안동댐이 착공되면서 안동시 6개 면 54개 자연부락의 3천144가구가 수몰되고 2만664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토지가 적어 보상을 적게 받았거나 소작농이었던 400여 가구는 어려운 형편으로 마땅히 이주할 곳을 찾지 못하다 관계부처의 묵인 아래 안동시 예안(도산)'임동'와룡면 등지의 K-Water 소유 하천부지에 이주단지를 조성해 살아오고 있다. 그동안 수몰민들은 토지의 소유권이 없는 데다가 주택마저 하천부지에 지어진 불법주택이라서 건물에 대한 증'개축이 불가능했다. 건물에 보수할 곳이 생기고 가족이 늘어 집을 넓히고 싶어도 불법주택이라서 수리와 개축을 할 수 없었다.
이 같은 고통으로 400여 가구에 달했던 하천부지 이주단지 주택들은 42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어 지금은 60여 가구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도산면 하계마을 11가구와 도산면 원천마을 8가구는 대표적 하천부지 이주마을로 철거되지 않은 빈집과 미수선 가옥들이 뒤섞여 유령마을처럼 흉흉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K-Water 양성화 거부
하계마을은 경술년 국치를 당하자 가장 먼저 단식에 들어가 24일 만에 순절해 전국 유림과 선비들의 자정순국 도화선이 됐던 향산 이만도 선생을 비롯해 25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우리나라 대표적 호국충절의 마을이다.
또, 원천마을은 육사 이원록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이들 마을에는 퇴계 손자인 동암 이영도 선생의 종택인 '수졸당'(守拙堂'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30호)과 조선 후기 문신인 이만유의 집인 '목재고택'(穆齋古宅) 등 문화재와 고택들이 그대로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수십 년째 살아온 건물인 만큼 양성화를 통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수리해 마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K-Water 측은 하천부지의 판매절차가 복잡하고 수몰선보다 지대가 낮다는 이유로 양성화를 거부하고 있다.
도산면 하계마을 수몰민 이명규 씨는 "수몰 이후 40여 년 동안 안동호가 만수위가 된 적도 없고, 현재의 하계마을은 만수위 지점보다 지대도 높아 도로까지 생겼다"며 "같은 마을인데도 지대가 같은 학교부지는 양성화가 됐는데 현장 확인도 없이 다른 집들은 양성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K-Water의 답변은 탁상행정의 극치"라 주장했다.
K-Water 안동권관리단 관계자는 "안동댐 준공 이후 수몰선까지 수위가 차오른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악의 홍수에 대비해 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일부 이주민들은 보상금을 받았는데도 현재까지 살고 있어 원칙상으로는 우리 소유의 하천부지에 건축된 불법가옥은 강제철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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