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려 좌초 위기에 처한 사업은 하나같이 대구시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추진해 온 대형사업들이다. 특히 얼마 전 정부가 선정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에서 대구 수성알파시티가 탈락한 것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대구의 도시철도 및 산업선철도 사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시티 국가 플랜에 배제된 수성알파시티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실증도시 사업 유치에 뛰어든 대구시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에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선정되면서 2년 전부터 준비해 온 실증도시 공모에도 위기감이 높아졌다.
시는 자체 예산을 들여 수성의료지구에 스마트시트 조성에 나서는 등 '스마트시티 선도도시'를 내세우고 있지만, 바뀐 정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미래 산업인 스마트시티 유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도시 조성단계부터 스마트시티 기술을 적용할 '국가 시범도시'로 세종시와 부산시 두 곳을 선정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예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9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스마트시티를 국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존 도시에 스마트시티의 옷을 입히는 정책과 병행해 백지상태에서 국가적 시범사업으로 스마트시티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대구시는 정권 교체 이후 바뀐 정책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전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5월부터 국토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해온 '스마트시티 실증도시 공모'에만 매달린 것이다. 2016년 7월부터 시작한 실증도시 사업의 예비타당성 심사가 끝나길 기다렸고, 지난해 12월 예타 통과 후에야 공모 참여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실증도시 유치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아직 구체적 유치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스마트시티 실증도시를 '도시문제 해결형'과 '비즈니스 창출형' 등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시문제 해결형은 교통과 안전, 도시행정 등의 문제로 구성돼 있고, 비즈니스 창출형은 환경과 에너지, 생활복지 등의 분야가 포함됐다. 현재 시는 어느 유형이 대구에 적합한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하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대구만의 장점을 살릴 분야가 어떤 것인지 검토 과정에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권 교체 이후에 기존에 추진하던 스마트시티 사업과는 다른 시범도시 형태가 추진된 데다 공모와 같은 공개절차가 없어서 시범도시 선정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남아 있는 실증도시 사업도 국토부가 아직 명확한 공모 기준을 밝히지 않은 탓에 구체적인 유치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철도 등 SOC 예타 줄줄이 보류'연기'탈락
서대구KTX역에서 달성 국가산업단지를 연결(총연장 34.2㎞)하는 대구산업선 철도는 지난달 23일 열린 정부 예비타당성 2차 점검회의에서 퇴짜를 맞았다. 예타 수행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했기 때문이다. 1차 점검회의 때 지적된 사업비 축소를 위해 사업방식을 종전 지상철에서 지하구간 통과 형태로 변경해 비용편익비율(B/C)을 대폭 높여 지난해 말 KDI에 전달했지만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시는 설명했다.
아울러 운영비'속도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비(유지관리비)를 두고 시는 일반철도 방식을 요구했지만 KDI가 도시철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 도시철도 방식으로 운영비가 적용되면 유지관리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반철도보다 비용 부담이 커진다. 운행 속도도 대구시 제안보다 낮게 반영됐다. 속도가 느리면 열차 이용 수요가 줄어들어 편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대구산업선 철도 건설사업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데다 향후 남부권 화물수송 육로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면서 "추후 3차 점검회의 때 반드시 예타에 통과될 수 있도록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노선 조정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도 지난달 25일 열린 국토부 투자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오는 4월쯤 재심사를 앞두고 있다. 총사업비 7천169억원이 투입되는 엑스코선은 도시철도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에서 동대구역~엑스코~이시아폴리스까지 잇는 12.4㎞ 구간(13개 정거장)에 모노레일 방식으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시에 따르면 이 사업의 B/C는 1.41로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됐지만 경쟁 상대였던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총사업비 1조477억원) 건설사업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부터 예타 조사가 진행 중이던 대구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사업은 시가 아예 중단을 선언했다. 연장 구간의 수요와 건설 계획 등을 전면 재검토해 이르면 2020년쯤 예타 조사를 재추진하겠다고 방향을 바꿨다.
3호선 혁신도시 연장선은 종점인 수성구 범물동 용지역에서 대구스타디움~신서혁신도시를 잇는 13㎞ 구간이다. 시는 지난 2014년 자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이 구간 하루 평균 이용객을 7만6천 명, 사업비는 4천918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를 근거로 한 B/C는 0.95로 경제적 타당성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8월 대구시와 국토부, 기획재정부가 예타 조사 1차 점검회의를 한 결과 애초 계획한 사업비보다 1천82억원이 많은 6천억원이 들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 평균 이용객 수도 전망치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2차 점검회의는 일정조차 잡지 못했고, 올해 국비 예산으로 신청한 기본'실시설계비 4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시는 대구대공원 개발'간송미술관 건립'롯데몰 신축'법조타운 조성 등을 사업 수요에 반영하고, 노선 조정과 사업비 절감 방안도 마련해 2020년쯤 예타 조사를 재추진할 방침이다.
◆지역 정치권 무관심과 대구시 대응 실패
최근 대구의 미래를 밝힐 대형사업의 잇따른 좌초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역 정치권의 무관심과 더불어 대구시의 대응 실패가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역 한 대학교수는 "대구시 행정능력이 떨어져서 생긴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여기에 지난 정부 실패 이후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면서 힘을 잃은 지역 정치권의 무관심도 한몫을 한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역 홀대론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에 의해 배제된 지역의 대형사업 중 수성알파시티나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경우 모두 부산에 밀린 결과"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고향을 현 정부가 더 챙겨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대정부창구 기능을 강화해 대응능력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기획조정실을 대정부창구 컨트롤타워로 격상시켜 역할을 전담시킬 방침이다. 정영준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그동안 정부 대응은 국비'예산 확보를 위한 예산 철에만 가동했는데, 앞으론 1년 내내 대정부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사업 발굴 단계에서부터 홍보 및 개진될 때까지 계속해서 대정부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아울러 "시 간부 공무원 전원이 청와대는 물론 정부 주요 부처 관계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활동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부가 바뀌면서 대구경북이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를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더욱 치밀하고 집요하게 준비해 시민들의 이익을 위한 사업들이 지역에 유치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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