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속에 숨은 일상 성희롱 폭로
남성 중심적 구조 깨뜨리는 투쟁
구성원은 부조리 문화 책임 있어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 제언 운동
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여배우 성폭행 및 성희롱 사건으로 촉발된 미투(#MeToo) 운동은,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일상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폭로하며 성폭력의 근절을 요구하는 외침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초 열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참석자들은 검은색 의상을 입고, 독일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도 미투 캠페인에 부응해 레드카펫 대신 블랙카펫을 깔자는 청원이 등장하였다. 독일에서도 '독일판 와인스타인 사건'으로 간주되는 공영 텔레비전(ZDF) 영화감독 디터 베델이 여배우와 부하 직원들을 성폭행한 사건이 드러나고 있다.
국내에서 미투 운동은 성폭력 및 성희롱을 당한 피해 여성들이 자신의 고통과 아픈 기억이 점철된 '과거'의 경험을 폭로하면서 사법계를 시작으로 문화예술·문학·정치·종교·교육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매일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운데, '이번 기회로 성폭력을 뿌리 뽑자'는 댓글을 비롯해, 이 사태를 바라보는 다양한 비판적 의견들이 존재한다. 가해자의 '형식적인 사과',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피해자의 증언을 조작·왜곡하려는 움직임, 성폭력 사건을 '개인 간의 관계'로 환원시키고 개인의 사적인 '실수'로 간주함으로써 문제를 은폐시키려는 목소리(주로 가해자의 입장), 솜방망이 처벌, 권력을 빌미로 발생한 성폭력, 특히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폐쇄적인 구조와 비열한 폭력에 직·간접적으로 동조하고 침묵한 방관자의 태도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2016년 벌어진 강남역 살인 사건과 이번 미투 운동은, 지금까지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하였던 지배 담론과 달리, 우리 일상 속에 성폭력 및 성희롱이 권력관계와 함께 교묘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에서, 교육이나 제자 양성의 명목으로 성희롱과 성폭행이 수십 년간 정당화되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오랜 시간 작용하는 성차별 구조와 관행은 각 개인들의 사고, 느낌, 행위, 생업, 삶, 관계 형성 등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각각의 사회 구성원들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부조리한 위계적인 질서와 문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가해 남성들이 자신의 성희롱과 성폭력을 정상적이고 당연한 행동으로 착각(?)한 무지와, 성 역할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개개인의 젠더 의식의 결핍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성교육 의무화가 실시되고 있지만, 일상 속 성차별주의는 사회 구성원 공동의 사회문제로 진지하게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투 운동은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드러내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주의 구조와 서사를 깨트리는 정치적 투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미투 운동은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남성과 대립하는 개념도 아니다. 그것은 성차별과 억압, 불평등으로부터 모두가 해방되는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제안하는 사회정치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득권과 폭력 체제를 인식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편,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적 맥락에서 젠더 의식과 다양성에 대한 민감성이 요구되고 있다. 예컨대 한국 다문화사회에서 이주여성 노동자는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가 술에 만취한 한국인 직원이 들어와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자 도망쳤고, 다음날 그 사건을 한국 사장에게 말했지만 경찰에 신고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험을 하였다고 한다. 미투 운동이 보편적 차원에서(사회적 불평등의 해소와 인간 해방) 이뤄지기 위해 '다른' 여성들의 경험을 배제시키지 않고 성차별주의, 계급주의, 인종주의가 동시에 발생하는 사회적 조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미투 운동은 차별 없는 삶과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의식화와 책임을 요구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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