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꽃샘추위의 시샘이 유난스럽다.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낮 기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다시 한겨울로 들어가길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대구에서 4월에 눈 구경을 할 정도니 말 다했다. 마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기분이다.
그래도 일제히 피어난 봄꽃 소식은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마음을 싱숭생숭 뒤흔든다. 제아무리 꽃샘추위가 '난동'에 가까운 기승을 부려본들 흐르는 시간을 거스르진 못할 터다.
이런 봄날, 집 안에만 있다 보면 몸이 노곤해지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기지개 한번 쫙 펴 게으름을 털어내고 야외로 나가보자. 새로 돋아난 푸른 잎사귀와 화사한 꽃들이 몸에 싱그러운 에너지를 공급해 줄 것이다. 특히 춘곤증이 찾아들기 십상인 봄날엔 정적인 여정보다 활기찬 체험으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봐도 좋다. 대구에서 가까운 영천으로 가면 승마와 짚와이어 등 다양한 레저스포츠를 통해 신나는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부담 없이 승마 배워볼 수 있는 운주산승마장
영화에서 귀족들의 말 타는 모습을 봐서 그런가? '승마'는 흔히 귀족 스포츠로 인식된다. 사실 비용이 그리 싼 편은 아니니 이런 오해를 받을 만도 하다. 하지만 '말산업 1번지'로 소문난 영천에서는 서민들도 큰 부담없이 승마를 즐겨볼 수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운주산승마장은 저렴한 비용에다 넓고 쾌적한 시설로 영천 지역민뿐 아니라 대구와 경주, 포항 등 가까운 지역에서 찾는 이들이 상당수다. 최근 몇 년 사이 색다른 레저스포츠로 승마를 즐겨보려는 이들이 늘면서 저변도 크게 확대됐다.
가을처럼 높고 파란 하늘이 펼쳐진 봄날,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승마장을 찾았다. 대구에서는 50㎞ 남짓한 거리로 당일치기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구름이 머무르는 산'이라는 유유자적한 이름을 가진 운주산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승마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여 온다. 푸릇푸릇 잔디가 올라오기 시작한 들판을 달리는 상상만으로도 신이 난다.
운주산승마장은 실내 승마장과 실외 승마장, 40년생 소나무 숲속을 달려볼 수 있는 외승로(1.2㎞)와 산악승마로(3.5㎞), 승용마 조련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50마리가 넘는 말들이 기거하고 있는 마사도 따로 마련돼 있다. 망아지와 당나귀 등에게 당근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부터 토끼와 닭, 오골계가 뛰어노는 조류 관람 체험장까지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도 다양해 아이와 함께 와도 좋다. 그 덕분에 주말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승마장을 찾았으니 말을 한번 타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키가 170㎝쯤 되는 까만 말 '동주' 위에 올랐다. 단숨에 훅 높아진 시야가 당황스러운데다, 난생처음 앉아보는 말 근육의 움직임에 내 심장까지 함께 움찔움찔하는 느낌이다.
처음엔 승마 지도사가 말을 이끌어주는 대로 타원형 모양의 작은 실내 승마장 코스를 따라 수차례 빙글빙글 돌며 적응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승마 강습 시간. 가장 처음 배운다는 평보에 도전해 봤다. 고삐를 느슨하게 잡고 "쯧쯧" 혀차는 소리를 내며 발로 배를 한 번 차는 것이 앞으로 나가라는 신호다. 잘 훈련된 말은 어설픈 초보자의 신호에도 신기하게 반응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오른쪽 고삐를 잡아 당기면 오른쪽으로, 왼쪽 고삐를 잡아 당기면 왼쪽으로 이동했다. '이러다 자칫 말 등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억누르며 그렇게 10여 바퀴를 돌고 나니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
◆척추 건강 지켜주는 최고의 스포츠
말타기는 속도에 따라 평보(천천히 걸음), 속보(리듬이 느껴지는 조금 빠른 걸음), 구보(달리기), 습보(빠른 달리기) 등 4가지 이동법으로 구분한다. 승마를 취미로 배우는 일반인들은 구보까지 경험해 볼 수 있다. 습보는 경주마들이 달리는 속도여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기수들만 가능하다.
이인실 승마장운영팀장은 "저 사람 말 좀 타네 싶을 정도로 승마를 배우려면 적어도 100회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마 체험은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천원, 7세 이상 어린이 5천원으로, 10분 정도 직접 말 위에 올라 교관이 끌어주는 말을 타 볼 수 있다. 자녀 혹은 친구들과 함께 승마체험을 즐겨보고 싶다면 5만원 요금의 1박 2일 승마체험을 이용해도 좋다. 4인 이상이 예약하면 초원에 설치된 게르형 숙박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이 팀장은 "4인 이상 게르 제공이라는 혜택 덕분에 대학생 친구들끼리 MT를 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동물을 좋아하고 말타기에 관심이 있다면 아예 월회원이나 쿠폰제 회원으로 등록하는 편이 저렴하다. 10회 성인 18만원, 청소년어린이는 13만원으로 매회 40분씩 승마 기본부터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매일 승마장을 찾을 수 있는 여유가 되다면 월회원이 좋다. 성인 30만원, 청소년어린이 25만원이다.
승마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자세'와 '깨져버린 몸의 밸런스'를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면서 척추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바른 자세'가 기본인 승마는 척추가 가장 편안하고 안정적일 때의 각도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밸런스 역시 승마의 기본인데, 걷거나 달리는 말 위에서 안정적 자세를 유지하며 말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교감을 나누는 운동이다 보니 안정적인 좌우 밸런스 유지가 핵심이 된다. 또 척추기립근 및 하체근육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 팀장은 "승마는 좌우, 전후, 상하뿐만 아니라 온갖 방향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척추와 하체의 특정한 근육만이 아니라 평소 사용하지 않는 잔근육까지 골고루 사용한다"며 "자세도 교정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말과 교감하는 시간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없애주니 '일석이조'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물 위로 내리꽂히는 짜릿한 쾌감, 짚와이어
짜릿한 스릴과 속도감을 즐기고 싶다면 영천 보현산댐으로 가보자. 봄꽃 즐비한 꽃길을 따라 보현산댐에 이르면 지난해 9월 개장한 보현산댐 짚와이어를 만날 수 있다. 1천400m 길이의 짚와이어는 보현산 자락과 보현산댐을 가로지르는데 최고 속도가 시속 100㎞에 달하기도 한다. "까짓, 시속 100㎞ 쯤이야"라고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자동차 안에서 느끼는 속도감과 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속도감은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짚와이어 사무실에서 주의사항을 확인하고 동의서에 서명한 뒤 하네스와 헬멧, 그리고 자신의 몸무게에 맞는 트롤리(와이어와 하네스를 연결해 주는 장치) 등 안전장비를 건네받았다. 보현산 자락 정상에 위치한 짚와이어 탑승장까지 모노레일로 이동한다. 경사가 60도를 넘어서는 가파른 오르막을 절컥절컥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오른다. 모노레일을 타는 동안에는 마치 숨바꼭질하듯 아직은 메마른 나뭇잎 사이에서 진분홍 꽃잎을 내민 진달래와 조금씩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초록빛 봄소식을 눈으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발 750m 짚와이어 출발대에 서서 보현산댐을 내려다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두 줄의 와이어가 물 건너까지 아득히 이어져 있다.
드디어 신나는 하강 순간. 안내요원이 와이어에 트롤리를 끼우고, 하네스를 연결해 몸을 매달아 앉은 자세로 출발하게 된다. '철컹' 소리를 내며 짚와이어가 본격 레이싱을 준비하자, 안내요원의 "5, 4, 3, 2, 1 출발!" 신호와 함께 순식간에 몸이 바닥을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한다.
짚와이어는 출발 구간의 내리막이 가장 가파르기 때문에 가장 짜릿한 속도감을 느껴볼 수 있으며, 물 위로 올라서서는 속도가 줄어들며 유유자적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꽤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1천400m를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분 30여 초에 불과하다. 꽤 긴 준비시간을 가졌던 것에 비하면 너무 짧은 탑승시간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다시 한 번 더 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봄철 강풍이 몰아치며 탑승이 잠시 중단돼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짚와이어 탑승요금은 4만원이며 영천 시민은 30% 할인해 준다.
사진 이채근 선임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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