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에 오염된 하천을 복원하는 사업이 국내 최초로 포항 형산강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례도, 지침도 없고, 국외 사례도 비교할 대상을 찾기 어렵다 보니, 복원사업의 방향을 두고 각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개발' 논란도 발생해 시민'환경단체와 포항시가 반목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철저한 원인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토대로 복원사업을 진행해야 할 행정 당국이 형산강 개발에 눈을 돌려 '치적 쌓기' '전시행정'을 펴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다.
◆포항 형산강 수은 오염과 수상레저타운 조성 공사
포항시가 다음 달 6일 준공식을 할 수상레저타운은 중금속 수은이 퇴적토 1등급 기준치(0.07㎎/㎏)보다 5천500배 높게 검출된 구무천 건너편에 있다. 이 시설과 멀지 않은 신형산대교 아래에서도 기준치의 690배에 달하는 수은이 나왔고, 섬안큰다리 아래에서도 628배 높은 수은 농도가 측정됐다. 수상레저타운이 위치적으로 수은 오염지역에 둘러싸인 셈이다.
이 시설은 수상레저객들을 위한 조종면허시험과 교육 등을 목적으로 지어졌다. 수상스키 등의 면허를 딸 수 있는 시험장으로, 기본 교육을 받을 수도 있는 시설이다. 시민'환경단체는 이 시설의 입지조건 탓에 배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니면 하천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수은 오염 퇴적물이 떠올라 오염이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수은에 오염된 지점은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기를 반복하는 곳으로, 바닷물이 때로는 포항시민들의 식수원이 있는 유강 취수보 문턱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런 곳에서 면허시험을 진행해 수많은 배가 다니게 하면, 강바닥에 가라앉은 퇴적물이 떠오를 수 있을 테고, 시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칠 위험도 있다"며 "수질과 오염문제를 완전히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포항시는 경상북도와 포항시, 경주시가 2015년부터 계획한 '형산강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대립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 중 포항 형산강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장미공원, 워터파크 등 대부분 강변 유원지 사업으로, 강 위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수상레저타운이 유일하다.
시 관계자는 "포항의 중심지인데도 방치된 형산강을 살리고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수은 오염 문제가 발생했지만, 개발 사업과 복원사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판단해 사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국비까지 지원된 사업을 멈추면 돈을 반납해야 하고, 다시 이런 사업을 따내려면 수년을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포항시민과 인근 지역민들에게도 피해가 아닐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갈등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행정 당국의 사업 방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동국대 생태교육원 최석규 교수는 "벌써 친수공간을 얘기하고, 주변 하천을 이용해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은 형편에 맞지 않다. 수은 자체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 관찰해야 하지만, 사전조사가 미비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 아니다. 수은 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이 발병한 일본 미나마타만에선 지방자치단체가 정밀조사'복구사업을 하는 데 15년이 걸렸다"고 했다.
◆형산강 복원사업도 갈등
형산강 복원사업에서도 갈등은 존재한다. 수은 오염 문제가 터진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원인 제공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원을 명확히 한 이후에 복원사업을 진행해도 완벽한 재발방지가 될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염원을 구무천으로 지정하고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행정 당국의 모습에 시민'환경단체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포항시와 시민'사회단체, 수은'환경 전문가 20여 명으로 구성된 민'관 환경대책협의회 한 관계자는 "형산강 오염 원인 제공자를 찾아내 일벌백계하고, 이후에 복원사업이 진행돼야 하지만 포항시는 어긋난 행정을 펴고 있다. 시가 수은 오염 문제를 구무천 문제로만 축소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더욱이 오염 조사'연구가 개발사업과 맞물려 '쫓기듯' 진행되고 있다. 위기를 모면하려는 행정 당국의 꿍꿍이가 아닌가 한다"며 "이런 문제를 제기해도 시는 '잘 알겠습니다'라는 답변만 해 민'관 협의체 자체가 형식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느낌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또 협의회원인 한 환경 전문가는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 그 자리에서는 이해하는 것처럼 하다가도 나중에 보면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계획을 세웠으니 들어는 보시라'는 것처럼 느껴져 나중에는 입을 열지도 않았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수은 오염에 대한 원인조사가 워낙 어렵다 보니 갈등이 생기고 있다. 시도 오염 제공자를 찾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립환경과학원에 동위원소 조사 의뢰를 하기도 했다. 이 조사를 통해 언제 수은이 배출된 것인지 확인되면 오염 제공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형산강에 수은을 배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는 현재까지 한 곳도 없다. 구무천에 1차 처리된 폐수'오수를 배출하는 업체는 87곳, 구무천 하류와 만나는 공단천에 배출하는 업체는 37곳으로, 이 중 수은을 원료나 부원료로 사용하는 곳은 포항시 조사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첫 중금속 하천 복원사업 진행은 어떻게?
형산강 복원사업은 갈등 속에서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금속에 오염된 하천을 복원하는 사업이 국내 첫 시도라서 만만찮은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포항시는 올 초 '형산강(지천) 중금속 오염 정밀조사 및 하천 복원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해 영남대와 ㈜청명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등에 맡겼다. 이 조사를 통해 형산강과 구무천, 공단천의 중금속 오염도를 정밀조사하고, 결과물을 바탕으로 퇴적물 오염량을 산정해 하천 복원 기본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복원에는 퇴적물 준설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중금속에 오염된 하천 퇴적물이다 보니 일반 준설로는 부유물이 다량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나가는 오니 전용 준설 방법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준설한 퇴적물은 폐기물로 처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형산강 및 구무천 중금속 안정화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디엔텍㈜이 맡은 이 사업은 중금속 오염에 따른 형산강 및 구무천 수질 및 저질 오염을 단계적으로 막고, 공단 중금속 오염원 대처방안을 세우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퇴적토 준설에 앞서 현재 운영 중인 수상레저타운 조종면허시험장으로 말미암은 수은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안도 이 사업이 다루고 있다. 안정화 방법은 활성탄과 제오라이트 등 흡착제를 오염된 퇴적물 위에 뿌려 수은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흡착제는 형산강 수은 오염 지역과 구무천 일부 퇴적토 위에 살포될 예정이며, 25일 첫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구무천에도 세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공단 하수관로 정비사업은 남구 철강공단 외 2곳에서 2021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모두 2천307개 업체에 28㎞의 관로를 정비해 구무천을 거치지 않고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곧바로 이동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0년 준공 예정인 철강산업단지 완충 저류시설 설치사업은 공단 사고로 유해화학 물질이나 수질오염 물질이 누출되면 구무천과 공단천을 타고 형산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고자 이뤄지고 있다. 구무천과 공단천의 하천 환경을 되살릴 구무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2021년까지 진행되며, 하천 주변에 나무를 심는 등 오염 정화와 생물 서식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세 가지 사업은 모두 672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며, 이 중 정부가 579억원을 지원한다.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홍용석 교수는 "현실적으로 포항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지침도 없고, 오염 퇴적물 준설 기준도 없다. 이런 한계들을 생각했을 때 포항시가 나름 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시민, 전문가들과 결과물을 나눠서 후속 대책을 잘 세워야 할 것"이라며 "아쉬운 점은 형산강이 지방하천이라서 그런지 정부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국내 첫 사례인 만큼 정부가 하천을 복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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