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불공정'과 '불신' 사이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의 대구경북 공천이 시끄럽다. 공천 탈락자의 이의 제기가 벌써 여러 건이다. 대구시당'경북도당은 공천 탈락자 지지자들의 시위로 조용한 날이 없고, 단식 농성에 상복 투쟁, 심지어 관까지 들고 온 항의자들까지 있다. 이들의 주장은 "공천이 불공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천 불복자'가 유독 TK에 집중된 것은 한국당 공천장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인식과 실제 실현되는 결과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많은 유권자는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은 채 한국당을 지지해왔다. 이는 공천 후보자들로 하여금 모든 가용한 '재주'를 부려서라도 공천장을 받아내겠다는 풍토를 고착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 불복 항의는 더는 한국당과 인연을 이어가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채점에 반항하는 학생을 곱게 봐줄 심사위원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절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일쑤다. 공천권자들은 "공천자는 한 명이고, 나머지는 탈락하니 당연히 시끄러운 말이 더 크게 들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공천은 어떤 방식으로 해도 시끄럽다. 역대 선거에서 불만 없는 공천이 어딨나"고 되레 반문한다. 강석호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 불복 이유로 '불신'을 꼽았다. 공천을 투명하게 해도 (공천 탈락자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천 시비는 공천 과정의 '불(不)공정' 주장과 결과에 대한 '불(不)신'이 맞부딪혀 생긴 결과인 셈이다. 두 단어에서 '불'(不) 자를 드러내는 가장 명확한 방법은 객관적인 원칙 수립과 엄격한 원칙 이행이다. 일부 지역에서 공천자가 뒤바뀐 것은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의가 엉성했거나 원칙 밖의 요소가 공천과정에 끼어들었다는 두 가지 이유밖에 없다.

지난 23일 피아니스트 임현정 씨는 한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심사위원직을 내던졌다. 최소한의 수준조차 충족 못 시킨 경연자가 결선에 진출한 것에 "경악했다"고 한 임 씨는 심사위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친밀감이 부당한 심사로 이어질 수 있음도 꼬집었다. 임 씨는 "확실히 좋은 연주를 보여준 지구 곳곳의 그 멀리서 온 여러 피아니스트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며 크게 상심하고 자신감을 잃는 모습을 보며 저의 슬픔은 더 깊어만 갔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참신한 인재 등용과 보수재건의 기틀을 닦는 기회로 삼겠다는 한국당이 곱씹어 봐야 할 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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