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권 첫 종합 교육문화공간 '대구교육박물관' 15일 개관

3·1운동 출발점 '아담스관' 6·25 '대구피란학교' 모습 생생

우리나라의 교육 문화와 대구의 교육 역사가 한 곳에 담긴 대구교육박물관이 오는 15일 개관한다. 옛 대동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 해 설립된 대구교육박물관은 연면적 5천270㎡, 부지면적 1만4천2㎡ 규모의 종합 교육문화공간이다. 1만9천여 점의 유물을 소장한 이곳은 크게 전시실(교육역사관1`2, 대구교육관, 주제전시실, 기증유물실, 금계기증유물실, 기획전시실)과 체험학습실(문화체험실1`2, 학교체험무빙VR실, 특수교육실, 유아교육실, 세미나실, 행복공감실, 고고학체험실)로 구성돼 있다. 영남권 최초의 교육박물관인 대구교육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교과과정에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대구 학생들에게 체험 중심 학습의 장을 제공할 전망이다. 대구교육박물관 구석구석의 모습과 프로그램 등을 알아봤다.
◆과거 학교 모습을 한눈에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교육박물관에는 지역 중학생 20여 명이 공식 개관 전 역사 교사와 함께 박물관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들은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우리나라 교육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교육역사관1' 전시실에 들어섰다. 이 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에 학생들이 쓰던 주산, 가방, 신체검사표, 성적표, 학비 고지서 등이 전시돼 있었다. 교사가 "요즘은 1, 2, 3등급으로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제강점기 때는 한자인 甲(갑), 乙(을), 丙(병), 丁(정)으로 표기했다. 과거 교육 사료를 보면 당시 학교의 분위기와 교육 방식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고 말하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학생들은 3`1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던 '아담스관'에 들어갔다. 이곳은 현재 계성중학교에 보존된 공간을 그대로 재연해 놓은 곳으로 나무로 된 탁자 위에 커다란 태극기 한 장이 놓여 있었다. 1919년 3월 1일 독립운동이 일어났을 때 계성학교 교사, 학생들은 이곳에서 숨을 죽이며 태극기를 만들고 독립선언문을 인쇄했다고 전해진다. 학생들은 교사와 학예사의 설명을 듣고 의자에 앉아 태극기를 쓰다듬어 보는 등 아담스관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대구교육박물관은 삼국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교육 사료, 문화, 역사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제도를 비롯해 지난 교육과정에서 사용된 교과서, 학습 물품도 갖추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과거시험 코너에서는 대구지역 과거시험 합격자 79명의 이름도 QR 코드로 검색해볼 수 있게 해 대구 학생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옛날 학교의 모습과 소품으로 지난 세대의 교실을 체험하도록 한 곳도 눈에 띄었다. 풍금, 옛날 책걸상 등을 갖춘 교실로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시간을, 지금 학생들에게는 현재와 과거의 교실을 비교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체험무빙 VR체험장'은 개관 후 학생들이 가장 흥미를 느낄 체험 공간이다. 약 4분간 9인승 모노레일에 타고 VR기기를 쓰면 눈앞에서 서당, 개화기 교실, 일제강점기 교실, 1970년대 교실, 미래교실의 모습이 가상공간처럼 눈앞에 보인다.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은 "전시체험해설사의 해설로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우리 학교 포토존, 전시`체험`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으로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전쟁 중에도 놓지 않은 배움의 끈
대구교육박물관은 개관을 기념하고 6`25전쟁 시기의 피난학교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오는 10월 30일까지 특별전 '한국전쟁, 대구피난학교-전쟁 속의 아이들'을 연다.
피난 학교는 전쟁의 처참함과 아픔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지역민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6`25전쟁 당시 대구를 비롯해 부산, 대전, 거제도, 제주도 등에 피난학교가 설립됐다.
1951년 9월 20일~1954년 3월 31일 기간 대구 대봉동 옛 육군관사 자리에 있었던 '서울피난 대구연합중학교'는 대구로 피난 온 서울학생을 위해 개교한 학교이다.
당시 중`고등부를 합쳐 2천400여 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거쳐 갔고, 이 중에는 마종기 시인, 가수 현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등이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대구교육박물관이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이들로부터 수집한 증언에는 대구 피난학교가 당시 사람들에게 전쟁의 피폐함을 이겨내는 정신적 자양분으로 작용했다고 기록돼있다.
마종기 시인은 "그 학교(서울피난 대구연합중학교)가 없었으면,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학교에 대해 고마운 생각, 좋은 느낌이 있다"고 피난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또 가수 현미는 "대구,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 좁은 방에 형제들끼리 누워 노래책 보고 불렀던 그 시절이 좋았다. 극장에 몰래 들어가서 보기도 하고, 가수가 된 원천지가 대구다"고 회고했다.
◆시민들의 참여로 수집된 유물
대구교육박물관이 소장한 1만9천여 점의 유물은 대부분 지역 인사 및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으로 수집됐다.
변우용 대구등산아카데미 학장, 이상희 전 내무부장관, 이상배 전 교사 등 지역 인사들과 시민들의 기증, 학교 및 기관의 참여로 모인 유물이다.
특히 금계기증유물실은 후세들의 교육을 위해 자신이 평생 수집한 자료를 선뜻 내어준 금계 변우용 선생을 기리고자 특별히 마련됐다.
변우용 선생은 평생 교사로 재직하면서 문화재를 수집했던 부친의 유물들과 자신이 수집한 교육자료, 고서, 도자기, 민속자료, 생활용품 등 수많은 자료를 기증했다.
이 중 조선 후기 김만중이 지은 '서포만필'의 필사본은 당시 문화, 정치를 엿볼 수 있는 사회평론집으로서 의미가 있으며, 현대 번역본과 함께 전시된다.
한편, 1층에 마련될 북카페`뮤지엄 샵에서는 대구 학생 저자들의 책을 열람하고 지역 예술작가들의 공예품을 판매할 공간으로 꾸며진다. 북카페는 특수학교 학생들의 직업훈련으로 운영되며, 지역주민에게 휴식과 문화소통의 공간으로 열릴 예정이다.
대구교육박물관의 공식 개관 행사는 오는 15일 오후 4시 대구교육박물관 야외무대에서 전국교육박물관장, 기증자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대구교육박물관은 오늘을 있게 한 우리 교육의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 교육의 미래와 비전을 나누는 장소다"며 "새로운 시대의 교육을 이끄는 현장으로서 대구교육의 든든한 역사적 힘을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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