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신태용호의 '통쾌한 반란'

‘처음부터 이렇게 했었으면…’

한국 축구대표팀이 ‘통괘한 반란’을 노렸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팀은 F조 조별리그 스웨덴과의 1차전(18일)에서 졸전 끝에 0대1로 패한 뒤 멕시코와의 2차전(24일)에서 1대2로 패하긴 했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27일 열린 최종 3차전에서 ‘거함’ 독일을 2대0으로 침몰시키고 귀중한 1승을 따내며 대회를 마감했다.

1차전부터 트릭이나 맞춤형 등의 전술 대신 2, 3차전처럼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을 통한 ‘우리 방식의 축구를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이는 질 때 지더라도 1차전에서 제대로 한 번 붙었으면 대표팀의 이후 분위기와 성적도 '1차전 이후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뒤늦은 아쉬움과 후회다.

◆무기력했던 스웨덴의 1차전

국민들의 기대와 승리 열망이 한껏 쏠렸던 이번 월드컵 첫 번째 경기에서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경기는 실망 그 자체였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전부터 경기 직전까지 ‘스웨덴과의 1차전에 모든 걸 걸고 올인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터라 이날 졸전을 실망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공격 축구도 아니고 수비 축구도 아닌 그야말로 어정쩡한 경기를 펼친 끝에 무릎을 꿇었다.

공격다운 공격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무기력’ 그 자체였다. 유효슈팅 하나 없었다.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였던 스웨덴에 오히려 손쉽게 승점 3점을 헌납했다.

감독의 고민이 너무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 실점을 최소화한 뒤 이겨보려고 했던 작전에 오히려 발목을 잡혀 ‘공격이 상실’돼 버린 것이다.

실제 1차전에선 한국 축구 특유의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 축구를 펼쳐보지도 못했다. 빠른 공간 침투와 과감한 돌파로 공격 선봉에 서야 했던 손흥민과 황희찬은 윙백으로 기용됐고, 공격 1선을 아예 아래로 내리면서 원톱 김신욱조차 최전방 공격이 아닌 최전방 수비수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격수들조차 수비를 하느라 진을 다 뺀 탓에 정작 공격 시 힘을 쏟지 못했고, 공격 전환 속도도 떨어져 상대 수비에 번번이 막히기 일쑤였다. 스피드로 상대의 뒷공간을 침투해 득점을 노리는 손흥민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신태용식 닥공(닥치고 공격)’을 기대했던 팬들은 경기 결과도, 내용도, 재미 모두 실종된 스웨덴전에 실망하며 1차전을 끝으로 남은 경기에 대한 기대도 내려놓았을 정도다.

◆달라지기 시작한 멕시코와의 2차전

1차전 결과와 경기 내용에 대한 국민의 차가운 반응은 한국 대표팀의 2차전 전술에 변화를 불렀다. 신태용 감독이 멕시코전에선 지금까지 해왔던 통상의 한국 축구를 선보였다. 이는 멕시코를 오히려 당황케 했고, 한국은 한국 방식의 경기를 펼치며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멕시코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2차전 패배는 곧 ‘16강 진출 좌절’이라는 위기의식 속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멕시코전에서 한국 특유의 투혼도 끄집어내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쳤다.

특히 문선민의 미드필더 기용은 이날 2차전 최고의 한 수였다. 1차전 깜짝 스타가 골키퍼 조현우였다면 2차전은 미드필더 문선민이었다. 월드컵에 처녀 출전한 문선민은 이날 전후반 내내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문선민은 투지와 적극적인 몸싸움, 많은 활동량으로 한국의 오른쪽 허리를 장악한 덕에 한국은 보다 안정적이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쳐나갈 수 있었다. 스웨덴 리그 경험이 있는 문선민의 이날 활약으로 스웨덴과의 1차전 결장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문선민은 멕시코전 선발 출전 후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월드컵이란 세계적인 꿈의 무대에서 1분이라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발에 땀이 나도록 뛰며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번 대표팀의 최대 약점인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두 번의 수비 슬라이딩 실패가 곧바로 페널티킥과 실점으로 이어져 두 골을 내주며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수비 전술과 선수 선발 및 기용 등 대표팀의 수비 불안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면서까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게 이번 월드컵에서 전패를 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적 같았던 독일과의 최종전

독일과의 3차전은 말 그대로 기적과 같은 경기였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로 2대0으로 승리했다.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는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 역시 대회 전 '한국의 대진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독일이 F조 조별리그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마지막에 한국을 만날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한국팀의 독일전은 ‘투혼’이란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선수들은 객관적인 전력차를 극복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뛰어다녔다. 얼마나 뛰었든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그라운드에 서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한국팀은 경기 시작부터 강한 압박으로 독일을 밀어붙였고, 선 수비 후 역습을 효과적으로 펼치며 독일을 괴롭혔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독일에 밀리는 경기를 했지만 경기 내용에선 대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경기였다.

손흥민은 이날도 골을 기록, 이번 월드컵에서 멀티골을 작성하면서 자신감을 얻어 4년 뒤를 기약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번 3차전의 성과 중 하나다.

조광래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자 대구FC 대표이사는 “이날 한국 대표팀은 세 경기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며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를 감안하고 보면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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