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의 온도
어둠과 형광불빛이 통성명을 하는 늦은 저녁
식탁은 벼랑도 없는 사막을 펼쳐놓았다
창문 밖으로 사람들이 유령처럼 흘렀다
나의 취항이 끼어들 틈이 없는 완벽한 레시피
뜨거움 속에 없는 온기를 찾아, 돌아서면
허기가 부풀어 오른다
풍경을 밀어낸 편의점 뒤쪽에서
면벽하는 내일이 된 시간
몸을 있는 대로 구겨 넣은 가파른 등에
방부된 푸른 불빛이 그렁그렁 파문을 그린다
허기의 집은 텅빈 유곽처럼 밤과 함께 깊어진다
피가 따뜻해지는 골목이 있었다
자꾸만 거짓말이 되어가는 오늘의 온도 말고
집밥이라는 말을 따라
조팝꽃처럼 퍼지던 식구들
기억 속의 집은 너무 멀어
발목을 내놓은 채 갇혀버렸다
입김처럼 흩어지는 만개한 적막
온몸에 오돌토돌 열꽃을 피운다
제풀에 익은 꽃이 물집처럼 터지고
늘 공복인 그림자가 뜯겨나간 손톱으로 밤을
할퀴며 선회 한다
꾸역꾸역 나를 파먹고 있다
한 세계를 욱여넣고도 속일 수 없는 허기로
밀폐된 바깥이 너무 멀다
시 – 여호진 '햇반의 온도' - 당선소감

문득, 여고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백일장에서 입상하고 가슴 설렜던 그때 그 시간이
먼 길 돌아 당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 왔습니다.
늦깎이로 시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갈등과 방황으로 몇 번이고 접을까도 생각 했지만,
어느덧 詩는 내 삶의 중심이 되어 나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올해도 벌써 하반기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뜻 있는
한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가족이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며 힘이 된 문우들께도 고마움을 보냅니다.
길을 열어 주신 대구매일 신문사와
부족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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