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간 72주년 특집, 리셋 대구경북] 대구경북 전문가들 "TK정치 근본적 변화 급선무"

"오히려 큰 바람이 불면 마음은 차라리 차분해지고 굳세진다. 바람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발끝에 힘을 주는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TK) 전문가들은 '환골탈태 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역에 애정 어린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매일신문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종합해본 결과, 현 TK정치는 뼈를 깎는 고통과 반성을 통한 근본적 변화가 급선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한곳으로 모아져 '리셋(Reset)'의 의미를 관통하기도 했다.

중앙처리장치를 비롯해 장치의 일부 또는 시스템 전체를 초기 상태로 세트한다는 '리셋'의 의미처럼 오히려 지역 현안에 몰입해 지역에서 재건하는 방식으로 '지역에 강한 TK정치'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어떤 원인으로 조작 불능이 됐다면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이 필요하듯 현재 TK정치에도 '맞춤형 리셋 키'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31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대구시가 31일 서울 켄싱턴호텔에서 '지역 국회의원-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예산정책협의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시 제공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강한 개혁 없이는 총체적 어려움에 빠질 것"

현재 TK는 심리적 고립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을 조율하거나 중앙부처와의 예산협의 과정에서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이 바탕이 될 때 말에 힘이 실리고 논리가 통해 제대로 된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는데 현재는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는 측면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유권자인 지역 주민들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단체장의 작은 움직임과 성의있는 조치들이 긍정적으로 비치기 보다 과거보다 의미가 얕아 보이고 부정적으로 보일 우려가 크다.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개혁적인 동시에 변화지향적인 정책들을 내놓지 않으면 어떤 것이든 의미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숙원사업과 주민들이 생각하는 지역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도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접근 방법과 행정시스템의 과감한 변화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적극적인 지지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은 더 소극적이고 관심을 보이지 않고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들도 자괴감에 빠지고 패배주의에 사로잡힌다면 그 때 지역이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의 부재도 문제가 된다.

충청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건재할 시기에는 지역민들도 희망과 자신감에 차있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 지역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역에 차기 대선을 노려볼만한 중심 인물이 있고 대표 정치인이 있으면 상당한 구심점이 된다.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고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지역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는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거나 단체장 한 사람이 초인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힘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담론 공간이 일어나야 한다.

특히 언론과 같이 연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힘을 합쳐야 하고 이 역할을 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맡아야 한다. 지역에 대한 진정성있는 고민과 애정이 모아지면 새로운 방법이 찾아지고 점차 쌓이다 보면 발전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 "정치인들 자기각성 하지 않는 것은 역사에 죄 짓는 것"

한국의 근대사를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으로 바라보면 TK는 산업화 세력을 대표하고 현 정부는 민주화 세력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이 양자가 네티즌들이 말하듯 서로 배척하거나 증오하는 갈등의 구조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역사를 강으로 보면 좌파든 우파든, 진보든 보수든 하나의 강줄기를 형성하는 각자의 역할들이 있다. 보수가 강의 깊이를 더한다면 진보는 강의 너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구경북은 유독 기득권으로만 바라보는 정치적 해석만 있다. 한 국가의 역사는 문화, 전통 등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대구경북은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지나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성숙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려면 산업화 세력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 노하우와 세계경제에 대한 마인드,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국가경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지혜도 배워야 한다.

동시에 대구경북 기존의 보수들이 비난받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제 민주화 세력의 시대정신을 과감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립과 갈등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관점들을 수용하고 이해가 필요한 시대를 같이 건너가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역사가 큰 강줄기를 형성해 나아갈 수 있다. 어느 한쪽만 역사적 정당성과 당위성을 얘기해서는 대한민국 역사의 가능성은 없다.

아울러 지역은 정치꾼들은 많았으나 훌륭한 정치가가 없었다. 이 답답한 상황에 대해서도 철학을 가지고 소신있게 대구경북에 희망을 말해줄 수 있는 어떠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철학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이해집단과 문제를 풀어갈 타협의 기술과 지혜가 없으니 항상 갈등만 조장하는 악순환을 돌고 있다.

정치인들이 처절한 자기각성을 하지 않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다.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말하기 전에 자신을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지금은 다같이 자성해야 한다. 성찰없이는 설득과 발전도 없다.

28일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북도 제공
28일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북도 제공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진박, 친박 프레임부터 제대로 탈피해야"

현재 상황으로서는 정부, 여당과 의사교환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제한적이다. 의사소통 창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것부터 해결되지 않으면 재정뿐만 아니라 인사에 있어서도 문제가 생긴다. 이는 곧 중앙에 TK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단체장들이 아닌 지역 국회의원들이다. 여전히 친박과 진박 프레임에 갇혀있다. 그동안 계파 중심으로 국회의원이 당선되면서 중앙무대에서 지역을 힘 있게 이끌 수 있는 사람보다는 특정 계파에 충성도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 당선됐다.

한국당이 새로운 보수로 혁신하고 거듭난다고 하더라도 현재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규정력이 지나치게 강하다. 친박, 진박이란 프레임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현재 지역 국회의원들이 과감하게 프레임을 벗어던지는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보여줘야 한다. 초선 의원들이 보수를 재건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탈바꿈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또 단체장들도 상대의 어젠다를 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어젠다를 같이 공유해 한국당과 민주당이 같이 지방을 살리고 지방분권을 앞당기고 지방이 소외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뼈저린 반성부터 선행돼야 한다.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역에 집중하고 올인해야 한다.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오히려 지역에서 다시 시작해 디테일에 강하고 지역에 강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새로운 인재 발굴, 철저히 준비해야"

대구경북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이럴수록 가장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남북 문제를 비롯해 최저인금 인상 등과 같은 경제, 민생 문제에 집중해 제대로 된 정책들을 내놔야 한다.

정책도 뚜렷하게 내는 것이 없고 반대를 할 수 있는 단호한 입김을 못 실어주니깐 그야말로 존재감이 안 보이는 측면까지도 보인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중앙정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피력해야 한다. 균형이 잡힐 수 있도록 견해를 모아야 하고, 새로운 정책들을 꾸준히 제시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

특히 현재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이 부재한 상황이고, 마땅히 내세울 만한 인물이 안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새로운 인재발굴에 철저히 준비해서 전국적인 인물들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기약이 없을 수 있다.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인 경기 침체처럼 우리 지역만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더라도 대구경북은 상대적으로 더 소외감과 피해의식을 느끼고 불안해질 수 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 솔직한 인정과 방향전환이 동반돼야 시민들도 믿어줄 것이다. 획기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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