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S유치원 학부모들의 공분과 소망

김진만 기자
김진만 기자

"어린아이들에게 먹일 급식과 간식비는 아까워 부실급식을 하더니, 자신의 구속수사를 막기 위해 서울의 로펌 변호사 3명에게 수천만원의 수임료를 주는 것은 아깝지 않은가 보죠?"

부실급식과 회계부정을 저질러 공분을 샀던 경산의 S유치원에 아이를 맡겼던 부모들의 말이다. 부모들은 S유치원 폐쇄 조치와 원장 자격 박탈 등을 주장하며 유례없이 뜨거웠던 지난 여름 한 달 넘게 1인 릴레이 시위를 했었다.

이들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비리 유치원 명단' 을 공개한 것을 지켜보면서 밝혀질 것이 밝혀졌다고 반기면서도 마음 한쪽으로는 허탈했다.

지난 여름 1인 시위를 하면서 그렇게도 외쳤던 유치원 감사결과에 대한 실명 공개가 어렵다고 하던 교육 당국이 한 국회의원의 공개로 유치원 비리가 적나라하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S유치원은 이번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에서 15건의 지적사항과 2천641만원을 회수 조치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장 개인 휴대폰 사용료를 유치원 회계에서 납부하고 국유재산 사용에 대한 변상금 및 대부료를 납부하는 등 비위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7월 퇴직한 이 유치원의 한 전직 조리사는 "93명의 유치원생이 먹을 국에 계란 3개, 간식으로 사과 7개(이중 3개는 썩은 부분을 도려냄)를 나눠줬다"는 등 부실급식에 대해 양심선언을 했다. 이후 학부모들의 감사요청과 교육지원청의 감사와 고발, 경찰조사에서 부실급식과 횡령 혐의 등 온갖 비리들이 드러났다.

경찰조사에서 이 유치원 원장은 2016년부터 지난 7월까지 유치원 회계에서 5억여원을 개인 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한 혐의와 방과 후 활동비 보조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됐다.

이 유치원 원장은 구속수사를 받지 않기 위해 서울의 로펌 변호사 3명을 선임해 경찰조사 단계에서부터 영장실질심사까지 대처해 조사를 맡았던 경찰관들이 매우 의아해 했다고 한다.

S유치원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먹일 것은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뒷주머니'를 챙긴 유치원장에 분노가 치밀고, 아이들에게는 죄책감을 느꼈어야만 했다"면서 "다른 유치원에서도 이같은 불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S유치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벌에 처해 달라"고 했다.

"이번 유치원 비리 명단 공개에서 회계부정 사례는 많이 적발됐지만 아이들 먹는 것을 빼돌려 원장이 뒷주머니를 차는 것은 거의 적발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적폐가 꼭 척결되길 바랍니다."

이들의 소망(?) 아닌 소망이 이번에는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