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법 "강제징용 피해자에 日기업이 1억씩 배상"…13년 만에 결론------일본측 강경대응시 한일관계 악화

"배상책임 부인한 일본판결 국내효력 없어…신일철주금, 구 일본제철은 같은 기업"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남용…청구권협정으로 배상청구권 소멸 안 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소송 제기 후 13년8개월 만에 피해자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일본 법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우리나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정하면서 징용 피해자들의 유사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10면

배상책임을 부인해온 일본 측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비롯한 강경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한·일 관계에 긴장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피해배상을 부정한 일본판결의 국내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일본 법원의 판결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원심의 판단은 관련 법리에 비춰 모두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전제로 내려진 일본 법원의 판결은 우리 헌법 가치에 반하므로 국내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신일철주금이 가해 기업인 구 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인지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법적으로 동일한 기업으로 인정된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돼 배상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신일철주금의 주장에 대해선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권리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여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일본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1941∼1943년 구 일본제철에서 강제노역한 여씨와 신천수(사망)씨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신 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강제징용과 관련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대법원에 2건, 서울고법에 1건 등 10여건이 심리 중이다.

경북대 법대 김창록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35년간의 일제 한반도 지배는 기본적으로 불법 강점이며 식민지 시기 35년간의 모든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효력이 없다는 부분을 선언한 것으로, 매우 역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유광준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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