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의 친구 아버님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다
오늘내일하실 무렵 병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친구를 귀 가까이에 불러 앉혀놓고서
"창용 애비야 내 이빨 이거 뽑고 가면 안 되겠냐,
요즘 금금이 좋다 카는데 입 안에 두 돈은 있을끼다
이게 다 애비 해준 거 아이가"
저 세상 여행 떠날 채비 다 끝내고 일기예보 듣듯
금값이 치솟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신 게다
이 세상 비 많이 내리고 저 세상 무지개 저편이라
우산은 두고 가시겠단다
이 세상 피붙이의 팔뚝에 촛농처럼
당신의 마지막 금붙이 녹여서 떨어뜨리고 가시겠단다
동맥 울울했던 당신의 팔 기운 다 빠져도
이제 힘쓸 일은 없다며
씹어야할 남의 살도 질긴 푸성귀도 없다며
어금니 악물고 저 세상 문을 향해 걸어가지 않아도 된다며
* * ** * *
임종을 지켜보던 자식에게 '황금 이빨'을 뽑아 주고 떠나겠다는 아버지의 뜻밖의 유언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 세상 피붙이의 팔뚝에 촛농처럼/ 당신의 마지막 금붙이 녹여서 떨어뜨리고" 이승을 뜨시겠다니 말이다. 비단 그뿐이랴! "이 세상 비 많이 내리고 저 세상 무지개 저편이라/ 우산은 두고" 하직하려 하시는 아버지 마음은 또 어떻게 헤아려야 할까? 저승길 홀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자식이 고심참담할세라 저 세상은 '무지개 저편'이라고 둘러대는 마음도 그러하거니와, 자식이 행여 궂은비라도 맞을세라 '우산'은 남겨두고 가겠다는 마음 앞에 남은 가족들은 그만 목이 멘다.
어느 날 우리는 일가식솔에게 과연 무엇을 물려주고 훌훌 떠날 건가? '황금 지갑'이나 '황금 만년필'이라도 장만해 두어야 할까? 무싱거니 무싱거니 허여도 '황금 이빨'이야말로 "어금니 악물고" 살아가야 할 우리 가솔에게 온전히 대물림할, 가장 빛나고도 위대한 정신적 유산 아닌가?
시인 ·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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