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발암물질은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창원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채취한 대기 시료 중에서도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대구의 경우 독성이 강한 6가 크롬이 타 지역보다 최대 11배나 높게 측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대기 속 발암물질은 피할 수도, 알아차릴수도 없다. 다행히 일부 발암물질은 대기환경기준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저농도라도 장시간 노출될 경우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일부 발암물질은 노출을 규제할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발암물질
영남대 산학연구단은 수성구 만촌동과 남구 대명동 등 주거 지역 2곳과 공단 지역인 북구 노원동 등 3곳을 대상으로 대기질을 측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은 3곳 모두 평균농도 0.4ppb로 분석됐다. 이는 대기환경기준인 1.5ppb를 넘지 않는 수준이지만, 벤젠은 빈혈이나 급성 백혈병, 골수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아무리 농도가 낮아도 발암 위험이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역시 1군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의 평균농도는 0.47ng/㎥로 유럽연합(EU)이 정한 연평균 기준치 1ng/㎥를 밑돌았다. 그러나 영국의 대기환경기준인 0.25ng/㎥보다는 높다. 특히 노원동의 경우 겨울철(12~2월) 벤조a피렌의 농도는 최대 1.86ng/㎥로 EU 기준을 넘어섰다.
문제는 대기환경기준이 없어 위험성을 가늠조차 어려운 발암물질들이다. 말초신경장애나 간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물질인 톨루엔의 경우 평균농도 9.12ppb로 조사 대상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74종 가운데 두 번째로 농도가 높았지만 대기환경기준이 없다. 독성이 매우 강해 극소량에도 자극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도 마찬가지다.
대구 대기에서 검출된 중금속 중 가장 주목해야할 물질은 6가 크롬이다. 1군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은 EU가 발표한 특정위험물질 사용제한지침과 국내법상 사용이 제한된 6개 특정 유해물질(납, 수은, 카드뮴, 6가 크롬, PBB, PBDE)에 포함된다.
6가 크롬은 노원동에서 최대 22.55ng/㎥까지 검출됐는데, 이는 대구 전체 평균농도인 1.12ng/㎥보다 20배 이상 높았다. 이는 측정지점 북동쪽에 위치한 검단일반산업단지와 대구 제3산업단지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타 도시보다 6가 크롬 최대 11배 검출
대기 중 발암물질이 대구에서만 검출된 것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서울, 인천, 창원 등 국내 주요 대도시의 유해대기오염물질(HAPs) 결과를 보면 벤젠과 톨루엔은 서울, 인천, 창원에서도 모두 검출됐다.
벤젠 평균농도는 서울 0.48ppb, 인천 0.61ppb, 창원 0.36ppb 등으로 대구(0.4ppb)는 4개 도시 평균 수준을 기록했다. 벤조a피렌도 서울, 인천, 창원의 모든 채취 시료에서 검출됐다. 평균농도는 인천(0.82ng/㎥)이 가장 높았고, 서울(0.57ng/㎥), 대구(0.47ng/㎥), 창원(0.31ng/㎥) 등의 순이었다.
대구 대기 중에 상대적으로 많은 유해물질은 6가 크롬과 톨루엔이었다. 대구의 톨루엔 평균 농도는 9.12ppb로 서울(4.79ppb), 인천(4.88ppb), 창원 (1.7ppb)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강력한 독성물질인 6가 크롬의 평균 농도는 1.12ng/㎥로 인천(0.1ng/㎥)보다 11배나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구의 최대 평균 농도는 22.55ng/㎥에 이르렀다. 6가 크롬은 호흡기계통 암을 유발하는 등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한 학계 전문가는 "6가 크롬은 대기 중에 아예 없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인체에 매우 유해하지만 대기환경기준은 없어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현황 파악 단계에 머물러…관리 강화 시급
영남대 산학연구단은 보고서를 통해 1급 발암물질인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벤조a피렌, 6가 크롬 등 8종을 핵심관리대상물질로 지정,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 35개 국가유해대기물질 측정망을 통해 44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중금속 등의 농도를 매달 한 차례씩 측정하고 있지만 일부 유해물질의 경우 대기환경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대구 전역 15곳에 설치된 대기오염측정망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오존,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등 6개 항목만 측정하고 있어 세분화된 항목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수창동과 지산동 등 4곳에서 운영 중인 대기중금속측정망의 경우 위험도가 덜한 3가 크롬과 1군 발암물질인 6가 크롬을 함께 측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1급 발암물질 중 상당수가 배출원이 특정되지 않은 비산배출이어서 실제 유해물질 노출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대구의 비점오염원 유해대기물질 중 발암물질 배출량은 연간 수백톤에 이른다.
지역 대학 한 교수는 "대기 중 유해물질은 종류가 계속 늘고 배출원도 다양하기 때문에 측정과 관리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환경기준이 없는 물질도 지속적으로 점검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야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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