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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신한울원전 짓는다 하기가 그리 어려운가

정창룡 논설실장
정창룡 논설실장

2년 전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부산 서면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팩트 시비를 부른 원전재난 영화 '판도라'가 그날 메뉴였다. 그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문 전 대표는 더 나갔다.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자 자체를 아예 치워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쯤되면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지진으로 무너진 경주를 찾아서는 '판도라 영화 보았느냐'며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영화'라고 했다.

이후 탈원전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6기 중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4기 건설 취소가 결정됐다. 부지 조성까지 다 끝난 상태로 정지돼 있는 울진 신한울 3·4호기만 어정쩡하게 남았다.

탈원전 상처는 컸다. 가장 먼저 원전 수출길이 막혔다. 지난해 중국을 따돌리고 어렵게 땄던 22조원짜리 영국 무어사이드원전 우선 협정대상자 지위는 올해 상실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원전을 수출한 UAE 원전 운영권 일부는 슬며시 프랑스 업체로 넘어갔다. 유력시되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도 난망이다. 반도체처럼 국민들의 100년 먹거리가 될 수 있던 사업이다. 정부는 수출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적은 없다. 정부가 탈원전 아닌 에너지전환정책으로 해달라는 말장난을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다.

국내 원전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원자력 핵심 기자재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던 두산중공업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전 부품 등을 제조 납품하는 업체들도 문을 닫고 있다. 현재 6조원에 이르는 시장이 수년 내 사라질 위기다. 이리되면 가동 중인 원전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하는데 도리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탈원전 반대 범국민 운동본부가 발족하고 탈원전 반대 서명운동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

미세먼지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원전 가동률이 뚝 떨어진 빈자리를 석탄이나 LNG발전이 파고들었다. 이들은 훨씬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올겨울 들어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뜻)라는 말이 유행이다. 원자력 발전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모두 0다.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면 흔히 중국을 욕하지만 정작 절반 정도는 국내 화력발전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영화 한 편 보고 탈원전 한다는 말을 싫어한다. 그 훨씬 이전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탈원전이 공약으로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탈원전은 '판도라' 이전과 이후로 뚜렷이 나뉜다. 문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치우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이다.

그나마 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라도 국내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신호다. 체코에 가 "한국은 현재 원전 24기를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했고, UAE에서는 "바라카의 한국원전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했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탈원전의 과감한 전환이다. 그 시작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선언이었으면 한다. 그 하나면 만사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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