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한민국 단단히 탈이 났다.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박정희 시대 경제 관료 김용환 전 장관. 그는 2012년 12월 말, 18대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어느 호텔로 갔다. 그리고 국가 운영에 대한 제안서를 전달하고 이제 "최태민의 그림자는 지우는 게 좋겠다"고 직언했다. 그러자 박근혜는 "이런 말씀 하시려고 저를 지지하셨나요"라고 했다. 이에 분위기는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져 버렸고 김 전 장관은 그렇게 헤어진 후 아직 박근혜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강한 신념은 사람을 경직되게 만들고 사리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바로 삼라만상 만물의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자리란 많은 것을 담고 갈 수 있는 유연한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소통을 할 수가 없는 자리다. 그래서 예부터 통치란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의 그 한마디로 주변에선 최순실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사람이 사라져 버렸고, 결국 박근혜는 그 최순실 때문에 자멸하고 말았다.

어쨌든 대통령의 자리란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유연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반드시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지금 세간에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청와대를 흐려 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는 그 흐려 놓은 불순물이 정화되기를 기다리며 미꾸라지와 같은 것들은 모두 적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적폐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적폐이고 무엇을 청산해야 되는지도 모른다. 아니 모른다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그러한 경직된 사고가 묘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즉 그들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견, 어쩌면 한쪽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직된 그들의 사고가 과거 경직된 박근혜를 보는 것 같아 배알이 뒤틀리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쪽만 옳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틀린다는 논리, 그건 어거지가 아니면 독재의 발상이다. 나아가 그러한 경직된 사고는 경험상 반드시 화를 부른다는 것이다.

이에 문재인 정권의 면면을 보면 대한민국이 탈이 나도 아주 크게 탈이 나게 생겼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이 그렇고, 최저임금 인상이 그렇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좌파적 가치의 나누어 먹기씩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자리 창출은커녕 경제성장과는 모두 정반대의 모순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 모든 것이 경제와 관련한 통계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통계를 발표하자 이번에는 통계청장을 바꾸어 버렸다.

그래서 탈이 났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 온수관이 파열하고,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졌으며, 강릉 펜션 보일러 가스누출 사고로 고교생들이 숨지고,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등 곳곳에서 탈이 나고 있다.

경제 불안, 안보 불안, 생활 불안까지 대한민국은 지금 탈이 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지율 끌어올리는 데엔 김정은이가 최고였는데, 광화문네거리에서 '김정은 만세' 소리가 나더라도 그 김정은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할 형편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탈이 나도 단단히 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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