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폐쇄 처분 받은 대구 남구 어린이집…부모들엔 "안심해라"

행정소송, 심판 잇따라 제기…기각되면 한달 내 폐쇄

보조금 수천만원을 부정수급해 폐쇄 위기에 몰린 대구 남구의 한 어린이집이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운영을 지속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남구청에 따르면 지역 한 어린이집 대표 A(41) 씨는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년 간 자신과 원장 B(41) 씨 등 2명을 교사로, 지인의 자녀 등 어린이 3명을 원아로 허위 등록했다.

A씨는 허위 등록한 교사와 원아를 연령별로 규정된 '교사 수 대비 원아 수' 정원 기준에 맞춰 배치해 보육료와 교사 수당 등 보조금 6천400여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남구청은 지난해 2월 대구시와 합동 점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뒤 같은해 7월 해당 어린이집에 시설 폐쇄를 통보했다. 보조금 부정수급은 액수가 1천만원 이상일 경우 1차 위반만으로도 시설폐쇄 명령이 가능하다.

그러나 A씨는 폐쇄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대구시와 남구청을 상대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행정심판이나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폐쇄처분이 연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어린이집이 폐쇄 처분과 소송 제기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 일부 학부모들에게서 '어린이집을 옮길 의향이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부모 중 상당수는 부정수급에 따른 시설 폐쇄처분 사실이나 소송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기각될 경우 선고일로부터 한 달 내에 어린이집이 폐쇄된다.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남구청은 지난해 12월 원아 50여 명의 학부모에게 폐쇄처분과 행정소송 내용을 알리기도 했다.

4살 아이를 보냈던 김모(34) 씨는 "폐원할 일이 없으니 걱정말라는 원장 말만 믿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서 "대부분 어린이집과 구청 사이에 사소한 갈등이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검찰은 어린이집 대표 A씨와 원장 B씨, 어린이집 교사 등 9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이들은 행정소송과 별개로 이달 중으로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행정소송이 기각되면 원아들이 새 어린이집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어린이집 대표 A씨는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것은 인정하지만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전혀 없다. 남구청이 폐쇄 명령에 따라 그대로 폐업하면 교사 급여나 원아들의 이동이 어려울 것 같아 소송을 냈다"며 "학부모들에게 폐쇄 처분을 확실하게 안내하지 않은 것은 어린이집 폐쇄 후 시설 유지와 양도 등 운영 관련 사항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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