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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확행의 전제 조건, '확실한 예방'

김용진 대구 서부소방서장

김용진 대구 서부소방서장.
김용진 대구 서부소방서장.

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새해 첫날 뜨는 해를 보면서 계획한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한 해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최고의 유행어로 꼽혔다. 소확행이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아파트 청약 당첨 등 크지만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소확행에 아이디어를 얻어 소확방(小確防)이라는 말을 만들어봤다. 소확방이란 '작지만 확실한 예방'의 줄임말로 평소에 우리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예방을 하자는 뜻이다.

첫 번째 소확방은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전국적으로 연평균 339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약 38%가 단독주택에서 발생하는데 연평균 127명에 달하는 수치다. 단독주택 화재의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일반적인 주택에는 소화기와 같은 기초 소방시설조차 구비되지 않은 곳이 많아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서부소방서에서는 지난해 지역 금융권과 복지관의 도움으로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많이 설치할 수 있었다. 올해도 체계적인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기부 대상이 아닌 주택은 인터넷 매장 또는 대형마트에서 주택용 소방시설을 구매할 수 있다. 소확방을 실천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부주의, 전기적 요인, 기계적 요인 등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약 1천440건의 크고 작은 화재 중 46%인 약 669건이 부주의에 의한 것이었다. 이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312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음식물 조리 중 화재(76건), 불씨 방치(103건), 쓰레기 소각(33건) 등이다.

두 번째 소확방은 이처럼 사소한 부주의를 없애는 것에서 출발한다. 담배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피우고, 담뱃불은 확실히 끈 뒤 버려야 한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로 화재가 발생,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에 피해를 입혔다.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은 전자제품, 콘센트에 먼지나 이물질 등이 있는지 살펴 누전이나 합선의 위험을 예방하자. 특히 전기장판 등 전열기는 장시간 사용할 경우 열 배출이 어려워 화재가 나기 쉬우니 타이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온도조절기 고장 여부도 수시로 확인하고 사용한 전기기구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아 놓고 외출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가 발생하면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1명의 중상자가 나오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법칙이다.

올해는 그동안 지나쳤던 300개의 잠재적 위험성들을 하나하나씩 '작지만 확실하게' 예방해야 한다. 300개의 소확방 실천은 하나의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 소확방이 소확행에 이은 2019년 새로운 유행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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