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쩌다보니, 2019년

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라고 묘지명에 썼다. 죽음에 임박해서야 우물쭈물 보낸 세월을 탄식했으리라. 어쩌다보니 2019년이다. 삶이란 게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그렇게 살아지지도 않아서인지 2019년을 맞이하는 마음은 '어쩌다보니'이다.

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시간은 시계추처럼 정확히 분침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어떤 순간의 시간은 너무 짧고 어떤 순간의 시간은 너무 길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시간이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상대적인 시간으로 증명되지 않았는가.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정확하게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굴곡에 따라 휘어지거나 늘어나고 줄어든다.

나는 호적 나이가 1년 늦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부모님이 기억하는 내 나이와 호적의 나이는 다르다. 예전에는 그게 불만이었지만 지금은 1년이 어딘가 싶어서 감사할 지경이다. 거기에다 만 나이로 계산하면 무려 2년이 내려간다. 2년이라면 한라산을 백두산으로 옮겨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세월이다. 2년이나 더 젊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여유가 생기고, 좀 더 게으름을 피우며 느긋하게 살아도 별 일이 없을 것 같다. 가끔씩 혼자서 나이 계산을 하다가 웃는 이유이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숨 가쁘게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버나드 쇼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도 죽음에 임박해서는 자신의 삶을 우물쭈물했다고 표현했다. 편의에 의해서 하루를 정하고 1년을 재단했을 뿐 시간의 흐름은 유장하다. 시작과 끝이 없고 당연히 여기서 저기까지라는 시간도 존재할 수 없다. 그냥 편의에 따라 재단한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한겨울 찬바람 부는 어제와 오늘이 2018년과 2019년으로 해가 바뀌는 특별한 이틀이 되기도 할 뿐이다.

만 나이를 세는 외국으로 이민간 지인은 갑자기 한 살이 적어지니까 삶의 여유가 생기고, 지금부터 뭘 시작해도 그리 급할 것 없는 나이다 싶어서 갑자기 뭔가에 도전해볼 용기가 생기더라고 했다. '이 나이에 뭘' 이라고 생각하다가 '이제 겨우 이 나이'라는 전혀 다른 나이 관념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도전했고, 그 도전은 성공을 앞두고 있다.

새해가 온다고 시간에 쫓기지 말자. 우주적인 시간으로 보면 인간의 시간은 한 점 먼지에 불과할 뿐, 나이라는 것은 관념에 불과하다. 2년이나 나이가 적다고 생각하면 또 그렇게 인정된다. 어쩌다보니 2019년이 되었지만 시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보내느냐가 중요할 뿐 시계에 새겨진 절대적 시간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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