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혼자 산다'의 역설

김은혜 세종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

상담실에 오는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왕따나 따돌림과 같은 또래 관계문제로 고민하며, 그 이유는 단지 '나와 달라서', '맘에 안 들어서' 등의 구체적인 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짊어지고 내일도 학교를 가야하는 아이들의 얼굴엔 불안과 근심이 가득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실에 와서 위로를 얻고,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내어 또다시 세상으로 한발짝 나가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김은혜 세종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
김은혜 세종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

얼마 전 연말 시상식에서 한 연예인이 이런 소감을 이야기 했다. "우리 프로그램은 '나혼자 산다'이지만 저는 한번도 외로웠던 적이 없었어요. 그것은 우리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에요."

요즈음 예능 브랜드 평판 1위라는 이 프로그램은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도 다른 출연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상승작용)를 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들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은 많은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냈다. 결국 제목은 '나혼자 산다'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간다'를 알려주고 있고, '넌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세지로 위로를 선사했다.

이렇듯 세상에 단 한명도 같은 사람은 없으며, 각자가 다 특별한 존재이다. 기질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고, 취향과 말투도 다르다. 이것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모두가 똑같다면 세상이 얼마나 심심하고 단조로울까. 톱니바퀴는 들어간 이와 나온 이가 서로 맞물려야 하는데, 이가 다 튀어나와 있다면 공존자체가 불가능해 튕겨 나갈 것이다. 즉, 타인이 나와 달라서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달라서 더 멋지게 맞물려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절대 혼자 살수가 없고, 어리면 어릴수록 더 그러하다.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못하든 그 누군가의 도움으로 우리는 빚진 자로 살아가고 있고, 또 그 빚을 어느 누군가에게 주며 살아간다. 그렇게 '관계'라는 것은 이루어진다. 우리가 서로 경쟁하고 시기하면서 나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간다면, 내가 가진 것이 사회의 유익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내 자신이 된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서로 수용하지 못하고, 갈수록 또래 관계문제가 더 심화되는 것은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적 제도의 문제들도 있겠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편견없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가르쳐주자. 한사람 한사람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모든 사람은 존재의 이유가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은 어른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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