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대상을 지나치게 좋아할 때 '○○성애자(性愛者)'라고 붙여 부르는 신조어가 있다.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을 '치킨성애자' 라고 부르거나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켜 '동물성애자'라고 한다. 우리 집 강아지도 '○○성애자'가 될 때가 있다.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것들,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어대며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들. 강아지가 ○○성애자가 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기둥'성애자
북구 침산동에 사는 현숙씨는 매일 반려견 짬뽕이와 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현숙 씨는 기둥만 보면 멈춰서 냄새를 맡는 짬뽕이 때문에 걷다 서다를 수십 번 반복한다. 어떤 때는 몸줄을 잡아당겨도 따라오지 않을 정도로 기둥 냄새에 집중할 때도 있다. 짬뽕이는 왜 기둥마다 냄새를 확인하고 지나치는 걸까?
-〉 강아지의 후각이 발달하였다는 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강아지의 후각은 사람이 단순히 좋은 냄새, 나쁜 냄새를 구별하는 것 이상으로 수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강아지가 기둥을 지나치지 못하는 데는 뛰어난 후각과 소변에 담긴 정보 때문이다. 강아지는 높은 곳에 영역표시를 하려는 본능이 있어 담이나 기둥을 보면 소변을 본다. 강아지의 소변을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강아지의 후각은 소변 속에 담긴 정보를 분석할 정도로 기능이 뛰어나다. 예를 들면 몸무게부터 나이, 성격, 크기 정보까지도 소변을 통해 파악한다.
강아지가 기둥에 멈춰서는 건 다른 강아지의 정보를 탐색하기 위함이다. 몇 시간 전에 이곳에 영역표시를 한 녀석은 키가 몇 센티이며 힘이 얼마나 센지를 후각으로 모두 유추한다. 호기심이 많은 강아지는 항상 누군가에 대해 연구하고 파악해 낸다. 강아지는 냄새를 맡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데 기둥에 담긴 정보를 연구하는 건 강아지의 욕구를 충족하는 즐거운 놀이다.
▶'마사지'성애자
짬뽕이는 현숙씨가 몸을 주물러주면 마치 사람이 마사지를 받을 때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근육을 풀어주듯 몸을 만지면 피식 방귀를 뀌기도 하고 만족스러운 듯 여유롭게 숨을 내쉰다.
-〉강아지도 안마를 해주면 넉살 좋게 몸을 맡긴다. 실제로 강아지에게 마사지는 심리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부위 별로 마사지 효과도 다르다. 시각, 후각, 청각 기관이 모인 얼굴을 마사지해주면 스트레스 해소와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 된다. 강아지 복부 마사지는 소화기관 활동 촉진 등 육체 건강에도 좋지만 심리적인 효과는 훨씬 크다. 강아지가 주인에게 엉덩이(등 뒤)나 배를 허락하는 것은 무한 신뢰의 표시이다. 특히 허벅지 안쪽에는 대퇴동맥이 흐르는데 강아지 스스로도 혹여나 공격을 받아 뒷다리를 못 쓰게 되면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치부를 누군가에게 내준다는 것은 나를 맡기겠다는 의미이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강한 상대 또는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대상을 알아본다. 자신을 사랑하는 주인에게 몸을 허락하는 건 그만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성애자
짬뽕이는 현숙 씨가 혼낼 때와 칭찬할 때를 확실히 구분하는 것 같다. 현숙 씨가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면 칭찬이 끝날 때까지 멈춰서 기다린다. 기분 좋은 하이톤의 목소리로 부를 때도 쏜살같이 달려와 주인이 간식을 주지 않을까 다소곳이 앉아 꼬리를 살랑거린다. 반대로 현숙 씨가 저기압일 때는 기가 차게 알아채고 조신해진다.
-〉강아지의 성격과 인지능력은 성장하는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성견의 경우 3~4살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감정을 음성이나 행동으로 완벽하게 이해한다. 사람이 기분이 상해 있으면 강아지도 눈치를 볼 줄 알고, 반대의 경우에는 덩달아 신난다. 강아지에게는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갖고 있어 칭찬과 훈육의 차이를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모견(母犬)은 자식 교육의 달인이다. 단순하게 옳고 그름만 판단하기 때문에 당근과 채찍질이 명확하다. 새끼가 젖을 먹을 때 혹여나 아프게 깨물거나 다른 형제보다 많이 먹으려고 하면 모견은 곧바로 짖거나 물어 혼을 낸다. 어미의 감정을 이해한 강아지는 다시 배를 채우기 위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사람은 어떨까? 아이를 키울 때도 비슷하지만 감정이 앞서 훈육을 그르칠 때가 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볼 때도 처음에는 벌을 주다가도 나중엔 귀찮다거나 처벌기준을 잡지 못해 훈육을 이어가지 못한다. 강아지는 칭찬이나 훈육에 대한 감지가 명확하다. 어린 강아지도 어린이처럼 움직이지 못할 때 가장 괴롭다. 잘못했을 때 매질보다는 "기다려!" 라는 명령으로 가만히 앉아 있는 벌을 주거나 낮은 음성으로 주인이 기분이 상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좋다. 반대로 칭찬할 때는 좋아하는 간식을 상으로 주거나 엉덩이를 토닥여주면 긍정의 사인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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