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갤러리 빛과 길 '봉화 닭실댁 손길전'

봉화 닭실댁 고 권영규 여사의 작품들.
봉화 닭실댁 고 권영규 여사의 작품들.

한 두 세대 전만해도 남성들의 생활 속 상징이 '문방사우'였다면 여성들의 상징은 '규방공예'였다. 의복과 음식, 봉제사, 접빈객의 여성 일 중 특히 의복을 만들어 식구들을 입혀야 하는 규방의 일은 손재주와 예술적인 감각을 필요로 했다. 그랬기에 여인에게서 바느질은 사랑의 실천이자 반짇고리 통은 생활 속 미술 도구이기도 했다.

갤러리 빛과길은 이달 21일(월)까지 규방공예를 주제로 한 '봉화 닭실댁 손길'전을 연다.

봉화 닭실댁은 닭실마을에서 태어나 6'25와 시대적 격변을 겪으면서 7남매를 낳아 키웠고 지난해 1월 94세로 타계한 권영규 여사.

그녀는 자식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예쁜 바늘꽂이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은 물론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며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선물했다. 힘든 삶이었지만 무탈한 자식들의 성장이 모두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던 덕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달래가 활짝 피던 봄, 땀이 비 오듯 흐르던 여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가을, 하얀 눈이 장독대 위에 소복이 쌓이던 겨울에도 돋보기를 쓰고 한결같이 바느질을 했었다.

그 나눔의 실천이 그녀 사후에 바늘꽂이 100개, 윷놀이판 그림, 직접 만들고 그린 손수건, 일기장 20여권, 자식들에게 남긴 조모와 부모의 출생과 성장, 자식들을 키우며 회고한 세월의 기록, 자신 사후 자식들에게 남긴 마음의 노트, 액자 10여개 등으로 남았다.

갤리러 빛과길은 새해를 맞아 지극한 모성애로 나눔을 실천한 봉화 닭실댁의 유품을 공개했다. 여기엔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들, 손주들이 남긴 글을 묶은 작은 책도 함께 선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작품 전시를 준비한 자녀 대표 이헌태(더불어민주당 대구북구갑 지역위원장) 씨는 "전시회를 계기로 어머니 살아 계실 적의 추억을 다시 회상할 기회가 될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문의 010-6525-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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