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대교구서 사제 서품 받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두 신부

15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대교구 소속에리찌에(왼쪽) 신부와 크리스티앙 신부가 대구시민들에게 커다란 하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박노익 선임기자 noik@imaeil.com
15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대교구 소속에리찌에(왼쪽) 신부와 크리스티앙 신부가 대구시민들에게 커다란 하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박노익 선임기자 noik@imaeil.com

"하느님께서 부족한 저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며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사제로서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림 끝에 온전한 하느님의 종이 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국에서 배우고 익힌 사명을 고국에서도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15일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열린 2019년 사제 서품식에는 여느 해와 달리 2명의 새내기 신부가 유달리 눈에 띄었다. 주인공들은 대구대교구 소속 20명과 함께 사제 서품을 받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대교구 소속 2명의 유학생 에리찌에(34) 신부와 크리스티앙(32) 신부.

7년간의 한국 유학생활을, 그것도 대구에서 마치고 마침내 사제가 되어 하느님의 종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각오를 유창한 우리말로 밝힌 두 사람의 눈은 이날 다비드의 별처럼 반짝였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가톨릭교의 영향아래 성장했다.

에리찌에 신부는 "아버지가 원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으나 할머니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했고 아들인 저에게 신부 되기를 권했다"고 회고했고, 크리스티앙 신부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나 부모님에게 가정교육에서부터 신앙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둘은 또한 10년 지기로 고국에서 신학교 5학년에 재학하던 중 새로운 경험을 위해 한국행을 결심, 대구가톨릭대 신학교 3학년에 편입해 녹록치 않은 유학생활을 마치고 신부가 됐다.

이들이 유학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보다 한국어 익히기.

철학 학사학위를 받고 신학을 공부하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학제와 달리 신학교 1학년 때부터 철학과 신학을 동시에 배워야 하는 우리나라 학제에서 전문용어와 한자는 이 둘을 괴롭힌 주범들로 현재도 한자라면 얼굴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칠 정도이다. 하지만 교우들과 교수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신앙생활을 돕고자 했던 초심이 유학생활을 이겨내는 자양분이 됐다. 뿐만 아니라 길을 갈 때면 친절한 대구사람들과 마주치고 언제나 웃음이 지워지지 않은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 덩달아 힘이 나고 기쁜 마음도 우러러 나왔다.

우리말이 너무 유창해 기자가 대구 사투리는 아예 배우지 않았냐고 묻자 크리스티앙 신부가 대뜸 '와 이캅니꺼. 인터뷰 중이라서 표준말 한 거지 사투리도 잘 합니데이'라고 되받아쳐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방학을 이용해 이달 24일쯤 귀국해 고국에서 첫 미사를 집전한 후 3월에 한국에 와서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본당이든 사회시설이든 어디서든 열심히 사목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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