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천후에 결항·지연 잇따르는 대구공항… "활주로 운영등급 상향해야"

활주로 정밀운영등급 CAT-I로 가시거리 550m 미만이면 착륙 불가
지연율 1년만에 1.1%↑ 날씨로 인한 결항 건수는 15배↑
"시간 오래 걸리고, 통합신공항 이전 예정돼있어 단기간 개선 어렵다"

악천후로 시야가 조금만 나빠져도 항공기 착륙이 불가능한 탓에 결항·지연 운항이 잦던 대구국제공항의 활주로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할 기관인 국토교통부도 대구공항의 활주로 정밀운영등급(CAT) 개선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계획을 이유로 추진을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져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 가시거리 550m 아래면 결항·지연 속출

지난 13일 티웨이항공의 오사카~대구 항공편을 이용한 대구시민 신모(56) 씨는 대구공항만 생각하면 아직도 분통이 터진다. 13일 오후 7시쯤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항공기는 대구공항에 깔린 짙은 안개를 이유로 일정 지연을 거듭했다. 오후 10시에 이르러서는 대구공항에서 항공기 야간 운행통제시간(커퓨 타임)이 시작된다는 이유로 대구에서 버스로 4시간 이상 떨어진 인천공항까지 우회 운항한 탓에 밤새 버스를 타고서 다음날 아침에야 대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이날 대구공항의 활주로 가시거리(RVR·Runway Visual Range)는 밤새 짙게 깔린 안개의 영향으로 최저 0m까지 떨어졌다. 오후 들어 안개가 걷히면서 가시거리가 다소 개선됐지만, 이날 하루 동안만 63편의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다른 공항으로 운항했다. 5편은 아예 결항했다.

결항·지연된 항공편 수가 예상보다 컸던 것은 대구공항의 활주로 정밀운영등급(CAT)이 타 공항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CAT는 악천후로 조종사의 시야가 나쁠 때도 갖가지 무선'등화시설을 활용해 착륙이 가능한 수준을 등급으로 구분한 것을 이른다.

등급이 높을수록 기상 여건이 나쁠 때도 정상적으로 착륙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구공항의 활주로 운영등급은 두 활주로 모두 CAT-I이다. 측정장비 상 가시거리가 550m 이상이어야 착륙이 가능한 수준으로, 악천후에 취약한 셈이다.

실제로 대구공항의 항공편 지연은 운항 항공기 증가 추세를 따라 동반 확대됐다.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대구공항의 항공편 지연 건수는 2017년 1천473건에서 지난해 2천8건으로 1년 새 2배로 늘었다. 운항 대비 지연율도 2017년 6.5%에서 지난해 7.6%로 올랐다. 2017년 11건에 머물렀던 '날씨로 인한 결항' 건수도 지난해 168건으로 15배 이상 뛰었다.

◆ 다른 공항처럼 이용객 급증하는 대구공항에도 신경을 써야

문제는 공항 착륙 관련 설비의 설치 주도권을 쥔 국토교통부가 대구공항의 활주로 시설 및 CAT 개선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공항이 CAT를 개선하려면 국토부 승인을 받은 뒤 자동착륙을 유도하는 계기착륙장치와 공항지상감시레이더 등 설비를 설치 및 교체해야 한다. 활주로 주변 장애물 제거, 조명장치 확충 등도 국토부 협조에 따라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공항은 지난해 국토부가 실시한 CAT 조정 때 앞서 비정밀 수준이던 제2활주로 등급을 CAT-I로 올리는 데 그쳤다. 최근 이용객 수와 이용 노선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활주로 시설은 그대로인 것.

이와 달리 국토부는 같은 해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의 활주로 운영등급을 각각 CAT-IIIa에서 CAT-IIIb로, CAT-I에서 CAT-II로 올렸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과 동일한 수준의 활주로를 운영할 수 있게 됐고, 김해공항도 착륙 가능 최저 활주로 가시거리를 300m까지 낮췄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실시한 상향 조정은 2011년부터 계획했다. 당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진행해 대구공항의 급격한 성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2차 지방공항 활주로 운영등급 상향' 때 대구공항의 등급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상향 때도 대구공항의 활주로 운영등급이 조정될지는 미지수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계획돼 있다 보니 국토부가 현 공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를 망설이고 있어서다. 국토부 다른 관계자는 "대구공항 경우 활주로 시설 설치에 공군과의 협의가 필요하고,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확정될 경우 추가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