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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탐방]대구문화예술회관 차계남전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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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계남 작.
차계남 작.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가 내가 최애하는 오페라는 아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작품이 많기도 하지만, 1막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가 내 귀에는 지겨운 탓도 있다. 하지만 향락과 낙천성이 깃든 이 곡도 끝난 뒤에 밀려오는 허망함을 강조하려는 큰 그림의 일부일 거다. 베르디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무겁다. 인생과 사랑의 이율배반성은 라 트라비아타의 주제다. 줄거리는 클래식 팬이라면 다 알 법하다. 주인공 매춘부 비올레타에게 반한 알프레도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신하지만, 곧 남자의 아버지가 둘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다시 파리의 화류계로 돌아온 비올레타는 병에 걸려 뒤늦게 찾아온 알프레도에게 안겨 숨을 거둔다.

이 오페라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베르디가 아내를 잃은 후 새로 사귄 연인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스캔들에 넌더리 나있던 커플이 파리에 비밀여행을 갔다가 본 연극 '동백꽃 부인'이 라 트라비아타의 원본이다. 어쩐지, 사랑의 아픔에 대해 이처럼 세세히 묘사된 오페라도 드물다. 이 오페라에서 노래 부른 가수라면 많은 사람들이 현 시대에서는 안젤라 게오르규를 꼽는다. 사실, 최고다. 그렇긴 한데, 안나 네트렙코가 비올레타 역을 맡은 작품을 난 더 좋아한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영상을 보면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미니멀의 극을 보여주는 무대가 펼쳐진다. 내용은 전통을 담았지만, 형식은 첨단이다.

난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차계남의 전시를 보면서 라 트라비아타의 현대적 변용을 또 한 번 즐길 수 있었다. 이 무대 또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벌어졌던 그 공연처럼 대단한 파격을 선 보였다. 오페라 무대로 쓰인 전시 공간의 열기는 이제 함께 올랐던 작품만이 그 곳에 남아 있다. 작품들은 악극 순서에 맞게 동선을 잡아 설치되었다. 벽에 걸린 흑과 백의 평면 회화는 공간 가운데 간격을 맞춰 자리 잡은 검은 사각기둥 형태의 구조물과 조화를 이룬다. 한지와 천과 먹을 사용해서 펼쳐낸 흰색과 검은색과 회색의 구성은 작품 크기나 높이의 변화에 따라 라 트리비아타의 기승전결을 나타낸다. 여기에 포인트가 된 짙은 적색은 동백꽃을 표현한 것인가. 관객들이 그저 감탄을 뱉을 수밖에 없는 규모의 축적은 하나하나 손을 거친 작가의 고통을 실감하게 한다. 그의 그림을 구성하는 획이 글씨를 쓴 한지를 실처럼 꼬아서 이룬 단위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이것이야말로 미술가 차계남의 작업 또한 춘희 비올레타의 삶처럼 공공연함과 은밀함을 동시에 품은 열정의 핵심이다.

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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