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비둘기가 떼지어 사는 탓에 인근 주민들이 깃털과 배설물, 악취로 삼중고를 앓고 있다. 행정기관은 사유지인 빈집에 함부로 침범할 수 없다는 이유로 퇴치에 손을 놓고 있다.
18일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연립주택. 이곳은 10년 전 3개 동 전체가 빈 이후로 비둘기 수십 마리가 떼지어 살기 시작했다. 부서진 처마 틈새에서 '구구' 비둘기 우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인근 도로와 주택가 곳곳에도 비둘기 깃털과 배설물들이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비둘기가 빈집에 몰려든 건 은신처에 집단 서식하는 습성 때문이다. 오래된 빈집은 천장, 처마 등 부서진 틈이 많고 인적이 드물어 비둘기가 새끼를 안전하게 키우기 안성맞춤이다. 비둘기는 귀소본능이 강하고 무리생활을 하므로 서식에 적합한 곳을 찾으면 단체로 대를 이어 함께 산다.
연립주택과 폭 3m 보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주택가 15가구 주민들은 난데없는 비둘기 이웃 탓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 박모(52) 씨 일가족 4명은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에 시달리고 있다. 비둘기 깃털과 배설물에는 살모넬라균 등이 있어 사람에게 호흡기·소화기 질환과 뇌수막염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박 씨는 "매일 집 현관 앞에 떨어진 깃털과 배설물을 빗자루로 쓸어내지만 끝이 없다. 옥상에 빨래를 너는 것도 포기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들은 배설물과 깃털, 소음에 시달리던 지난 7년 간 조류 퇴치제, 번식 억제 모이, 천적 울음소리 방송까지 동원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구 주택가와 공원, 교량 일대에 사는 비둘기는 2천여 마리에 달한다. 다만 지역 내 빈집은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곳에 얼마나 많은 비둘기가 사는지 조사된 바 없다. 대구에서 비둘기가 서식지로 삼을 수 있는 빈집 수는 올해 기준 2천612곳에 이른다.
구·군청 등 지자체는 사유지 침범, 재산권 침해 등 오해를 살 수 있어 빈집 내 비둘기를 퇴치하기가 쉽잖다고 입을 모은다. 남구청 관계자는 "빈집 주인에게 일일이 연락해 비둘기 퇴치 등 관리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강제할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빈집 주인에게 관리를 강제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은 "도심 속 집비둘기는 대부분 사람이 버린 음식물을 먹으며 연중 수 차례씩 급속히 번식해 사회문제화됐다. 빈집에 사는 비둘기가 늘면 주변 주민들 건강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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