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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三人市虎(삼인시호), 가짜 호랑이가 사람을 해친다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세 사람이 말하면 저자에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말이다.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와 같다. 거짓말도 여럿이 하면 참말이 된다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위(魏)나라 혜왕(惠王)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혜왕은 조(趙)나라와 동맹을 맺고 태자를 인질로 보냈다. 태자를 따라가게 된 신하 방총(龐葱)은 자기가 떠난 후의 모함을 우려해 혜왕에게 말했다.

"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으시겠습니까." 왕은 "당연히 믿지 않지"라고 했다. "또 한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하자, 왕은 "그래도 믿지 않지"라고 했다. "세 번째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겠습니까?" 했다. 왕은 "믿을 수밖에 없겠지"라고 했다. 방총이 말했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 없지만, 세 사람이 말하면 호랑이는 나타난 것입니다. 제가 떠난 후 이런저런 말을 할 사람은 세 명보다 많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잘 헤아려 주셔야 합니다." 왕은 "과인이 알아서 한다"고 했다. 방총이 떠나자 그에 대한 참소가 끊이지 않았다. 얼마 후 태자가 돌아왔으나, 방총은 끝내 복귀하지 못했다. 이 고사는 혜왕의 무지를 풍자한 것이나, 거짓도 여럿이 하면 참이 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시장에 나타난 호랑이는 가짜이나, 그 가짜가 사람들을 해친다. 문화대혁명 때 삼촌이 반혁 분자로 10년 옥살이를 했다. 증거는 없었다. 세 사람이 고발한 것이 전부였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후에 명예 회복은 했으나, 삼인시호의 상처는 치유할 길이 없었다. 김태우 수사관 문제를 두고 야당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하자 청와대는 삼인성호의 헛소문이라 반박했다. 실상은 알 수 없다. 바르지 못한 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르게 살라고 하는 왕기정인(枉己正人)을 경계해야 한다.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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