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20년 지속된 건선증에 폭행 후유증까지 겪는 김명희 씨

대구가 낳은 스포츠 스타, 코치 생활하며 발병한 건선에 대인기피증까지 와

김명희(47·가명) 씨는 20년 넘게 앓고 있는 건성증과 우울증으로 대인기피증이 심해져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김명희(47·가명) 씨는 20년 넘게 앓고 있는 건성증과 우울증으로 대인기피증이 심해져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난치성 피부질환인 '건선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김명희(47·가명) 씨는 왕년 지역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김 씨의 책장에 꽂혀 있는 파일첩에는'大邱에 첫 金 안겨','5관왕', '한국 신기록'등 이 적힌 신문기사와 상장 150장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그는 33년 전 매일신문에 실린 현역시절 사진을 쓰다듬으며 하염엾이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20년 넘게 건선증을 앓고있다. 금메달을 수없이 걸었던 당찬 소녀는 온몸에 피딱지를 철갑처럼 두른 중년 여성으로 변했다. 김씨는 이혼으로 끝난 결혼과, 동거인에게 당한 상습폭행 및 성추행 후유증으로 절망의 나락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 운동에 평생 바친 소녀의 꿈, 건선증으로 갈라져

중학생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한 김씨는 1990년대 대구 대표팀 코치로도 활동했다. 부진했던 팀을 2년 만에 전국 3위로 올리면서 지도자로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창 빛을 발하는 시기에 불운도 함께 찾아왔다. 그즈음부터 양쪽 팔 관절부위에 건선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붉은 반점과 함께 비늘처럼 일어나는 피부각질과 발진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만성피로와 스트레스 탓에 면역력이 약해진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일시적인 증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온 몸에 퍼져나가 코치직을 그만둬야 했다.

전국의 유명 의원을 전전하며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은채 2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벌겋게 부어오른 피부는 극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살 껍질이 벗겨지고 갈라진 피부에 피가 흘러내려 하루 두 번 이상 옷과 이불을 빨아야 할 정도다. 김씨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장기간 사용하다보니 면역이 생겨 이제는 약효는 없다보니 현재는 치료를 중단한 상황"며"부작용으로 체중이 불어 고혈압, 당뇨까지 앓고 있다보니 더 이상 치료를 계속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건선 탓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식당에서 설거지 등의 허드렛일을 하며 간신히 생계를 꾸려갔지만 김씨의 피부상태를 본 사장들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라고 해고 통보를 하기 일쑤였다. 그는 "생활고가 심해서 수상했던 금메달 50여 개를 고물상에 팔아 8만 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며 "도금이라 그런지 비싼 값을 쳐주지 않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 강간상해 충격으로 극심한 불안증세 찾아와

2000년 시작한 김씨의 결혼생활은 4년을 넘기지 못하고 뱃속의 아이만 임신한 채 파국을 맞았다. 남편의 강압적인 이혼 요구에 어쩔수 없이 서류에 도장을 찍고는 혼자 아들 이도완(14·가명)군을 출산했다.

한 번도 아버지의 존재를 느낀 적이 없는 아들이 안타까워 지난해 3월 새로운 남자를 만났지만 이것은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이었다. 8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동거남은 김씨의 기초생활 수급금을 빼앗고 걸핏하면 폭행을 일삼았다. 김씨가 저항이라도 하면 건선이 드러난 몸 사진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김씨의 아들에게마저 폭력과 욕설을 행사하자 헤어질 것을 주장했지만 동거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김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를 성추행하려다 저항하는 그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바람에 발작증세로 기절해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그 날 이후로 김씨는 과호흡, 정서불안, 우울증 증세로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 박명자(76·가명)씨는 "한때는 정말 빛나고 건강했던 아이인데 너무 많은 고난을 겪고 완전히 무너져내려버린 딸의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눈물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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