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지난해 봄 어떤 분이 블로그에 고려말 길재의 시조를 올렸다. 서울 청계천을 산책하다가 물소리 들으면서 풍취에 젖어 쓴 글이라고 했다. '생태 하천은 유유히 흐르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가고 없다'는 뜻이다.
청계천이라면 자연스레 이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공약을 앞세워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 업적으로 청와대로 직행했다. 현대건설 회장을 지낸 MB로서는 그리 어려운 공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2003년 7월 시작해 2005년 완공됐는데, 생태 하천 5.8㎞ 공사비로 3천600억원이 들었다. 누군가 계산해보니 1m당 6천만원이 들었다고 하니, 웬만한 지방정부는 감당하기 힘든 '돈질'이었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인공 하천 하나로 대통령 꿈을 이룬 선례 때문인지 후임 서울시장들은 너도나도 토목공사에 열중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의 면모를 바꾸겠다며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의 대단위 프로젝트로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자했다. 2011년 시장직을 건 무상급식 찬반 투표에 실패해 사퇴했지만, 재임 5년간 각종 토목공사로 세월을 보냈다.
며칠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촛불 혁명의 성지'라는 이유로 광화문광장을 현재보다 3.7배 넓히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오세훈 전 시장 이후 10년 만에 광화문광장을 확장하는 공사이고, 예산은 1천40억원이다. 완공 시기가 2021년이라고 하니 2022년 3월에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공사다. 또다시 토목공사를 앞세워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례가 될 것 같다.
광화문광장에 자리한 서울시 청사에서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대권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니 그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은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마구 파헤치고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서울 공화국'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산 부족으로 작은 공사 하나 벌이기 힘든 지방에서 보면 '돈질'로 보일 수밖에 없다. 지역민으로선 '이류 국민'의 비애를 곱씹게 하는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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