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공모의 계절'에 다시 생각하는 '신뢰'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에게는 요즘이 이른바 '공모의 계절'이다. 해마다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공모가 1월과 2월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구문화재단도 2019년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공모를 1, 2, 3차로 나누어서 신청 접수를 마감한 상태다. 올해는 분야별로 단체 및 개인을 모두 합쳐 700건이 접수되었다.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정도다.

공모 접수를 마감한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은 앞으로 분야별 사업별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2월 한 달 동안 집중적인 심사를 벌인다. 지원 규모가 적은 분야는 서류심사로 지원자를 선정하고 지원 규모가 큰 분야는 개인이나 단체 대표의 프레젠테이션과 면접 등을 거쳐 지원 여부와 지원금을 결정한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엄격하다. 해마다 탈락자를 중심으로 심사의 공정성 문제가 단골로 제기되면서 보완 장치들을 계속 확충하기 때문이다.

대구문화재단은 이미 심사의 전 과정을 일반인이 직접 지켜볼 수 있게 하는 심사참관인제를 시행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심사위원추첨제도 도입했다. 심사위원추첨제는 추첨함에 심사위원 후보 3배수 이상을 미리 넣어 일반인이 직접 추첨을 통해 심사위원을 정하는 방식이다. 심사위원 선정 및 위원회 구성 과정에 재단의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각계로부터 획기적인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심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운영함으로써 공정성을 한층 더 강화했다. 즉 전국에 있는 심사위원 풀(pool)에서 재단이 필요로 하는 7개 분야·사업별 심사위원 70여 명의 3배수 이상인 270여 명의 후보를 추천위원회가 직접 가려내 선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과정은 재단이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재단은 이제 심사위원 후보군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추첨을 통해 최종 심사위원을 확정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완전히 한발 물러나 있게 된다. 지역심사위원과 외지심사위원의 비율도 5대 5로 정했다. 지역과 외지 비율의 고저는 모두 장단점을 안고 있어 그것에 따른 긍정과 비판도 늘 엇갈려 왔다. 결국 5대 5로 정해 앞으로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자세히 모르는 이들 가운데는 재단의 공모사업 심사가 공정하지 못하고 자의적이라는 선입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무책임한 소리다. 이제 재단의 공모사업 심사는 불순한 의도의 개입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신뢰라는 문제는 제도의 개선만으로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장 우선적이고 근본적인 것은 재단의 투명한 업무수행과 함께 심사 탈락자의 결과에 대한 수긍과 동의라고 하겠다. 본디 신뢰는 더한 신뢰를 낳고 불신은 더 큰 불신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탈락에 대한 불만을 불신에서 찾고자 하면 끝이 없다. 오히려 문제를 과감히 스스로에게로 돌려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 가는 전향적인 문화가 하루빨리 조성되길 바랄 뿐이다.

안타깝지만 올해도 결국 수백 명의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탈락될 수밖에 없다. 전체 요구액에 비하면 지원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책인즉명' (責人則明)보다는 '반구저기'(反求諸己)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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