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심 안 되는 '안심마을'…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에 관리도 엉망

내당1동 ‘안심마을’ 이름 붙이기 민망한 수준…정작 예산은 다른 동네에 쓰여 적절성 논란

대구 서구 내당1동 한 골목길에 부착된 안심마을 간판 앞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채원영 기자.
대구 서구 내당1동 한 골목길에 부착된 안심마을 간판 앞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채원영 기자.

대구 서구청이 행정안전부의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이하 안심마을) 대상지를 면밀한 검토도 없이 근시안적으로 선정한 데다, 배정된 예산마저 제멋대로 집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 안심마을 조성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협업해 안전사고 사망자를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지난 11일 오후 찾은 내당1동 한 골목길은 '안심마을'이라는 핑크빛 간판이 무색할 만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관리되지 않은 화단은 물론 쓰레기 불법투기 방지 안내 문구와 폐쇄회로(CC)TV 앞에는 버려진 소주병과 쓰레기봉투가 나뒹굴고 있었다.

길을 지나던 주민 이모(67) 씨는 "정부나 지자체가 안심마을로 지정만 한다고해서 안심이 되겠느냐"며 "내가 사는 동네가 안심마을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앞서 서구청은 48억원을 지원받아 2016년부터 2년간 비산동과 원대동 일대에 '안심마을'을 조성한 바 있다. 이곳에는 원대동 북카페 조성을 비롯해 58대의 CCTV와 안심비상벨·안심거울 설치, 밤길 안전을 위한 특수형광물질 도포 등 다양한 시업이 시행됐다.

하지만 같은 '안심마을'로 선정된 내당1동의 실정은 영 딴판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내당 1동에 확충된 안전 인프라는 낡은 보안등을 LED 보안등으로 교체하고, 쓰레기 불법투기 방지 CCTV를 설치한 것이 전부"라고 털어놨다.

금액으로는 많아야 1억~2억원에 불과할 정도다. 이 동네에 배정돼 쓰여야 할 예산인 10억여원은 기존 사업시행지인 비산동과 원대동 일대에 사용됐다.

서구청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인프라 확충은 주민 요청에 따라야 한다"며 "신규 사업비를 다른 기존 사업지역에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내당1동은 전체 면적 중 5분의 1 이상이 재개발·재건축이 진행 중인 공동화 지역이어서 이 마을을 사업지로 선정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구청에 따르면 내당1동 총면적 약 47만㎡ 중 9만8천403㎡ 부지에서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주한 서구의원은 "재개발·재건축이 진행 중인 지역을 안심마을 사업지로 선정하다 보니 시설 투자를 새로 할 수도 없다"며 "결국 이 동네에 써야할 사업비를 다른 동네에 쓴 것인데, 애초 선정부터 부적절했고 지금은 관리조차 엉망"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행안부 예방안전과 관계자는 "신규 사업비를 다른 기존 사업지에 쓰면 안된다"고 답했다가 뒤늦게 "그런 세부적인 예산 규정은 없다"며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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