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일본에서는 종래의 미술에 대한 사고와 작품제작방식에서 벗어나 거의 가공하지 않은 사물(자연물과 인공물)을 조합해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사물과 사물, 사물과 장소에 대한 관계에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그것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념적 시각에 대한 질물"을 추가해왔다.
당시 이와 같은 작가들을 '모노하'(物派)로 총칭하며 현대 일본 미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알려져 있다.
키시오 스가(Kishio Suga'1944~)는 모노하 운동을 이끌었던 중심 작가로 현재까지 세계미술계의 주요 작가로서 자신의 방법과 사고방식을 엄격히 지키며 일관되게 작업을 해오고 있다.
"우리는 모노(物)를 이전의 조각이나 회화처럼 생각해서는 안 되며 그럴 수도 없다. 그냥 사람들의 눈길이나 끌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려고 이전의 조각이나 회화대신 갖다 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이라고 주장한다. 즉 통념적 사고의 틀을 바꾸면서 그 폭을 넓히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에게 그저 늘어놓은 듯 보이는 모노는 의식의 전환을 위해 놓인 일종의 도구이자 매개물이다.
그의 예술적 경력은 격변하는 일본의 문화와 정치적 상황과 함께 일본의 전통 교육시스템에 대한 항의와 일본 사회에 대한 미국의 간섭에 반해 항의하기 위해 일어난 운동에서 시작된다.
그는 서정성을 배제한 시멘트, 모래, 목재, 톱밥, 돌, 판자 등 일상적 사물이나 자연물과 인공물 간의 조합과 배치를 통해 '그것'과 '이것'에 의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논리적인 증거를 균형 있게 배치하고 '물(物)과 물(物)' '물(物)과 장소'와의 관계성을 신선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성은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뼈대가 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 스가는 더 나아가 '사물'과 '인간의 지각행위'마저 통합해 '주위성' '장소의 의식화'를 지향하고 있다.
"미술은 공간 예술이다'고 말하는 그의 논리에 따르면 미술은 그 장소를 점거한 물체가 중심이 된 공간이다. 회화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사물에 의한 입체 작품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부수적 사물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스가는 사물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의 문제에 과감히 몰두한다.
그는 회화나 조각이라는 기존의 장르 속에서 우열을 가리는 '예술의 결정된 존재 방식'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미술이 미술로 인정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캔버스에 물감을 바른 그림이라는 형식을 취한다면 모두 미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와 같은 그의 고민은 '미술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자 화두가 되고 있는 셈이다.
두 번의 소장 전시를 연 적이 있는 갤러리 신라는 3월 31일(일)까지 키시오 스가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신라의 5번째 개인전으로 199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10여 점의 벽면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문의 053)42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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