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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공포의 그림 한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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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하늘에선 붉은 핏빛이 성난 파도처럼 일렁이고 그 아래 난간에 홀로 서 있는 남성이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 공포에 질린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 미술 애호가라면 누구나 이 처절한 그림을 기억할 것이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의 걸작 '절규(The Scream, The Cry)'다.

'두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햇살이 쏟아져 내렸고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졌다. 나는 한 줄기 우울을 느꼈고 공포에 떨며 홀로 서 있었다. 마치 강력하고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가로질러가는 것 같았다.' 그의 템페라화(Temperare)로 그려진 작품에 덧붙인 글이다.

지난해 환태평양 지진대 '불의 고리'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서 화산 폭발에 이은 해저 산사태 충격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해안가 주민 400명 이상 숨지고 1천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근 화산섬 '아낙 크라카타우(Anak Krakatau)'의 화산 분출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크라카타우 화산은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이름이다. 136년 전인 1883년에도 화산 대폭발로 3만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화산재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노을빛처럼 하늘이 붉게 물드는 이상현상이 발생했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1893년 뭉크의 걸작 '절규'가 탄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뭉크가 화산 폭발 당시 겪었던 경험이 '절규'의 배경이 되었다는 설이 새삼 힘을 얻고 있다. 미 텍사스주립대 천문학과 도널드 올슨 교수는 당시 뭉크의 행적과 기상기록 등을 분석해 '절규'에 그려진 붉은 빛깔의 기괴한 하늘은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 때 북유럽까지 날아온 공포의 현상을 나타낸 것이라는 논문을 2004년 발표했었다.

그러나 당시 학계에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다만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세계미술시장에서 독보적인 걸작으로 알려져 왔던 공포의 그림 '절규'가 이제 와서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새삼 주목받는 것이다. 자연의 공격을 경고할 또 다른 공포의 걸작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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