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미술은 무엇일까

안규철 작
안규철 작 '단 하나의 책'. 2013년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출품작.

정종구 큐레이터
정종구 큐레이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마르셀 뒤샹'전이 4월7일까지 전시중이다. 뒤샹(프랑스계 미국인, 1887~1968)은 현대미술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다. 뒤샹이 자신의 노트에 쓴 질문,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없을까? CAN WORKS BE MADE WHICH ARE NOT 'OF ART'"는 현대미술이 왜 어려워졌는지를 짐작케 하는 태도이다. 1913년, 뒤샹은 최초의 움직이는 조각품(Kinetic Art), '자전거 바퀴'를 만들어 평범한 기성품의 원래 쓰임새를 배제하고 예술적 맥락에 배치하여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미를 얻게 하는 '레디메이드'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그리고 1917년에는 남성용 소변기에 R.Mutt라는 서명을 한 '샘Fountain'이라는 논쟁적인 오브제를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예술에 부여된 여러 관습적 정의들을 완전히 뒤집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일상과 예술의 위계적 구별 위에 서있는 근대적 예술 제도를 공격하기 위한 반反미학의 정치적 실천이었던 것이다.

관습적인 전통 예술에 대하여 다른 가능성을 발굴하려는, 지금, 이곳 동시대예술가의 태도에 관해서는,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전시 '또 다른 가능성-드로잉'에서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전시는 전통적 미술의 거부에 관한 역사적 기억들을 상기하려고 한다. 1874년 봄, 모네, 피사로, 시슬레, 드가, 르누아르 등을 중심으로 프랑스 관선의 살롱에 대항하여 최초로 화가 자생의 단체전시를 열었던 회화운동으로서 '인상주의'의 혁신을, 1905년의 '야수주의'의 분방함을, 1916년 2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작가 겸 연출가인 휴고 발이 카바레 볼테르를 개점하고, 시인인 트리스탕 차라, 리하르트 휠젠벡 등과 함께 과거의 예술형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비합리적, 반도덕적, 비심미적非審美的인 것을 찬미했던 '다다'의 예술정신을, 1974년 가을,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예술 활동에 대응하여 김기동, 김영진, 김재윤, 김종호, 이강소, 이명미, 이묘춘, 이향미, 이현재, 최병소, 황태갑, 황현욱 등이 추진하였던 '대구현대미술제'의 실험성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과격하고 혁신적인 미술운동이 지향하고 나선 것은 대부분 르네상스 이래 존중되어온 전통적 미술의 거부였다.

20세기후반 혹은 넓게는 20세기 미술을 지칭하는 현대미술은 이미 체화된 관습적인 것들과 분리하고, 예술의 높은 위계를 끌어내려 평범한 인간 활동으로 재통합시키며, 지금 우리 시대에 대하여 새롭게 지각하고, 반응하고, 논평하려는 시각예술 행위의 변화 과정이라 말해야하지 않을까? 미술가 안규철은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글에서, "이제 미술은 시대를 초월해서 영원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에 한정된다. 미술이 생산하는 가치는, 이제까지 우리가 믿어 온 것처럼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소비되고 소멸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작가도, 작품도, 미술사조도 시대와 함께(con-) 한시적(temporary)으로 머물다 사라진다."고 했고, 또 미술가 김홍석은 "다다이스트들은 기존 미술의 변화를 위해 기이한 제스처를 했다면, 현대미술가들은 관람자들의 인식과 미술공간의 풍경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동시대미술의 지향이 새로운 형식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한 우리의 인식과 미술 풍경의 변화・향상에 있으며, 이것은 지금 이 시대에 관련한 소재, 대상, 기술, 태도의 시각예술 행위를 통하여 당연히 실천될 수밖에 없으리라 믿고 있다.

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 정종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