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으려고 암호 걸린 문건을 주고받으며 영장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수사 정보가 새어나가 수사를 받던 판사가 사건 관련자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7일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6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도박 사건이 법조비리 수사로 확대되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수사상황을 보고받기로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신 부장판사는 당시 영장재판을 전담하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를 불러 "수사기록 중 법관 관련 수사보고서, 조서 등 중요 자료를 복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에 연루된 현직 부장판사 7명의 가족관계와 배우자·자녀·부모 등 31명의 명단을 담은 문건을 주며 "법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계좌추적영장 등을 더 엄격히 심사하라"고도 했다. 문건은 대법원을 뜻하는 'scourt'라는 암호가 걸린 채 전달됐다.
영장전담 판사들은 법원행정처의 요구를 충실히 따랐다. 수사가 진행되던 2016년 5월부터 9월 사이 영장청구서와 증거관계·수사계획이 담긴 수사보고서 등 10건의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 수사기밀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등 당시 사법부 수뇌부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에게도 전달됐다.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하기 전에 문제가 될 만한 판사들을 미리 조사해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수사에 방해가 됐다.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김수천 당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불려갔다가 수사상황을 알게 됐다. 그는 그날 바로 뇌물을 건넨 사람을 찾아가 허위진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검찰이 청구한 법관 가족 계좌추적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재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신 부장판사는 물론 그에게 지시를 받은 조·성 부장판사도 재판에 넘겼다. 직원들 눈을 피해 직접 복사기를 돌려가며 사본을 만들어 수사기밀을 누설하는가 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 문건을 영장 재판에 활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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