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찻잔을 씻으며]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 없다

이창호 행복한 찻집 대표
이창호 행복한 찻집 대표

아끼던 찻잔이 깨졌다. 오래된 찻잔이라 조심해서 설거지하다 깜빡 깨트리고 말았다. 차를 좋아하니 자연 찻잔 등의 다구와 차에 관심이 가고, 그중 특별히 마음이 가는 것을 이렇게 깨거나 잃어버리면 허탈하기가 말할 수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멀고 가까운 사이가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가깝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실수나 게으름으로 멀어지거나 깨어지고 나면 되돌리기가 힘들다.

인도의 위대한 영혼, 간디는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 없다'고 했다는데, 내 삶의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혹시 지름길로 간다고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대인의 삶이다. 개인의 삶이 바빠서 우리 사회가 번개 불에 콩 볶듯이 변화하는 것인지, 빠른 사회적 변혁이 필수적 생존조건이어서 개개인의 삶이 '바늘허리에 매어 쓰는 꼴'이 되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맹목적으로 그 속도를 쫓아가서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행복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과 주체적인 결정권을 가질 때 찾을 수 있다. 삶의 방향을 알기 힘들다면 지금의 내 모습이 바람직한지 볼 수 있고, 가까운 미래의 나를 그릴 수도 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버스를 타고 있는 것만큼 불안하고 위험한 것은 없다. 우리 인생이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혹시라도 지금 방향과 운전이 잘못된 버스를 타고 있다면 당장 내려서 갈아타야 할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정치인들이나 이익단체에 관한 기사를 보면 섬뜩하다. 내가 사는 모습을 비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욱 그렇다. 목적지에 도착하고자 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결코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