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구를 기다리는 사람들 1] 팔공인터내셔널 김진태 부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안전을 책임지는 팔공인터내셔널 김진태(37) 안전관리부 총괄부장. 그의 말 한마디에 80여명의 직원 및 스태프가 야구장 곳곳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김병훈 기자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안전을 책임지는 팔공인터내셔널 김진태(37) 안전관리부 총괄부장. 그의 말 한마디에 80여명의 직원 및 스태프가 야구장 곳곳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김병훈 기자

야구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 가장 늦게 빠져나가는 한 남자가 있다. 그런데도 경기를 온전히 집중하는 법이 없다. 게임 스코어를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그의 관심사는 경기가 아닌 관중인 탓이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의 안전을 책임지는 팔공인터내셔널(이하 팔공) 김진태(37) 부장을 12일 시범경기가 끝나고 만났다.

김진태 부장은 올해로 17번째 야구 시즌을 맞는다. 만 21세였던 2003년 말단 스태프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제 부장이 된 그의 업무는 종합상황실에서 라팍의 안전을 총괄 관리하는 것이다. 김 부장은 "경기마다 다르지만 라팍엔 팔공 직원 및 스태프가 80~90명 있다. 안전 관리뿐 아니라 좌석 안내, 물품 검사 등을 담당한다. 볼보이도 팔공 소속이다"며 "이들의 업무를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 열기에 한껏 고조된 다수 관중을 대면하는 특성상 말 못 할 애환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문제 발생 시 1차 현장 스태프, 2차 담당 팀장 순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김 부장이 나선다. 하지만 이는 드문 경우다. 그는 "팔공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자칫 삼성 구단을 대변할 수도 있어 조심하고 있다"며 "가장 난감할 때는 막무가내로 구단 직원을 불러달라고 하는 성난 관중이 있을 때다"고 했다.

야구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 부장은 최근 관중들의 관람 의식이 많이 개선됐다는 걸 느끼고 있다. 김 부장은 "대구시민운동장 시절 남성 중심이었던 관중 분포가 최근 몇 년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야구만 보러 야구장을 찾는 게 아니라 연인, 친구,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러 오는 게 많이 보인다"며 "대구시민운동장이 재래시장이었다면 라팍은 대형마트 느낌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고 했다.

야구장에서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건 기본. 시내 한복판에서 이름까지 부르며 음료수를 건네는 사람도 제법 있다. 항상 감사함을 느끼는 김 부장은 그러나 그들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사정을 털어놨다. 그는 "오래 일하면서 느끼는 건데 하나를 받으면 반드시 하나를 뺏긴다.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며 "저 역시도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이 직업의 특성상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사정상 1년에 한두 번은 야구장에 나오지 않고 TV 중계로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있다. 김 부장은 경기 내용은 뒷전이고 파울볼을 주의하라는 호각소리만 귀 기울여 듣게 된다고 했다. 그는 "중계를 통해 들려오는 호각소리 크기와 타이밍이 적절한지, 파울볼을 맞는 사람은 없는지만 보게 된다"며 "경기 내용을 따라가는 건 무리인 것 같다"며 자신의 직업병을 유쾌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 16년 동안 단 한 경기도 똑같은 경기가 없었다고 했다. 매일매일 예상을 벗어나는 일들이 야구장에서 발생한다는 의미일 터. 그런데도 그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건 스스로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보다 그의 노고를 잘 알고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관중들이 존재해서다. 인터뷰가 끝나고 불이 꺼진 라팍 복도를 홀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외롭지만 듬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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