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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드림 꿈꾸는 조광래 대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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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 파크에서 조광래 대구 FC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축구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 파크에서 조광래 대구 FC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축구로 하나되는 신명나고 살맛나는 대구를 만들겠습니다' 조광래 대구FC 대표가 그가 꿈꾸는 달구벌 드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FC가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다. 벌써 다섯 게임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1을 흔들면서 3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을 기록하며 대구의 터줏대감 삼성 라이온즈의 인기마저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 초 13연속 무승 행진을 벌이며 강등권을 헤매던 대구FC로써 상상도 못 할 성적이다. 이 정도면 초반 '개장발'이 아니다. 엄연한 실력이다. 이 같은 성적과 인기 뒤에는 클럽하우스 건설, 새 경기장 건설 등 대구FC의 인프라 확충과 전술 개발'선수 육성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인 조광래 대구FC 대표의 덕이 컸다. 봄기운이 완연한 15일 대구 축구사를 새로 쓰고 있는 그를 만났다.

◆벨기에식 역습의 힘
무엇이 대구FC를 강하게 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DGB대구은행파크에 있는 조 대표의 사무실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침 숙적 울산전을 앞두고 있었던 터라 책상위에는 전술분석 노트가 한가득 놓여 있었다.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화살표와 주의사항 등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아이고, 별거 아이라 카이. 볼 필요없다" 조 대표가 기자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작전 레시피'였다.
영업비밀의 위력은 지난 12일 봄비가 을씨년스럽게 내리던 날 여지없이 발휘됐다. 대구는 홈구장인 DGB대구은행 파크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2차전에서 중국의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3대 1로 완파했다. 당시 중국 언론은 "대구의 역습이 너무 빨랐다. 대구의 전력을 분석하는 데 오판을 한 것 같다"며 패배를 뼈 아파했다. 이른바 '수 싸움'에서 완벽하게 진 것이다. 17일 펼쳐진 울산전에서도 무시무시한 공격 속도로 상대로 괴롭혔다.
대구가 자랑하는 빠른 역습 축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탄생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월드컵에서 수준 높은 전술을 보면서 대구만의 전략으로 '버전업' 시킨 것이다. 다른 감독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명문 진주고를 시험을 쳐서 들어갈 정도로 머리가 비상해 미적분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 대표였기에 가능했다. 조 대표는 "벨기에 경기 보면서 공격적 스리백을 구상했다. 나란히 서는 스리백에서 변칙 스리백으로 가다듬었다. 상대가 사이드 공격을 하면 스리백에서 측면에 배치된 중앙 수비수가 2대1로 막을 수 있게 빠르게 나가 수비를 강화하고 반대로 공격시에는 투톱이 각자 빠르게 문전으로 모아서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대구FC에게 많은 승리를 가져다 준 전술. 그런데 상대팀들이 이미 파악하지 않았을까. "쉬워 보여도 실제 운영하고 이를 대비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아직 상대팀들이 이 전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본다.
아무리 전술이 좋아도 이를 운동장에서 실현하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선수선발에서부터 육성까지 조 대표의 긴 안목이 없었다면 무패행진도 사상누각에 불과했을 것이다.
지난 2014년 축구 행정가로 변신하자마자 조 대표는 주저 없이 에드가를 뽑고, 세징야를 발굴해냈다.
특히 선수를 고르는 선구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K리그 사장단 회의를 가면 여러 팀의 사장들로부터 '선수추천 좀 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을 정도로 조 대표의 선수 보는 안목은 인정받고 있다. 선수를 뽑는 방법도 특이하다. 장점이 아닌 단점을 먼저 본단다.
조 대표는 "브라질 선수를 뽑기위해 브라질에 가서 뽑은 적이 없다. 바로 대구(사무실)에서 뽑는다.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후보선수들이 뛴 전체 경기 영상을 보며 이 선수의 단점이 무엇인지 고민한다"고 했다. 그 선수의 단점이 보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영입 기준이다. 조 대표는 "나쁜 습관이 있거나 순발력이 늦거나 하는 고칠 수 없는 단점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게으르거나 체력이 부족한 것은 훈련을 시키면 된다"고 했다. 최근 4연속 득점을 올리며 대구FC승리를 이끌고 있는 에드가 영입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놨다. 조 대표는 "전북 현대와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는데 가능성을 봤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선수 붙잡은 대구교육의 매력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법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맹활약하며 FA컵 우승의 주역이 된 브라질 출신의 특급 외국인 선수 세징야와 에드가 두 선수는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타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대구는 새로운 보강을 제쳐 두고 두 선수의 재계약에 전념했고 결국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세징야-에드가의 잔류도 조광래 대표의 덕이 컸다. 만약 이들이 떠났다면 대구가 올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조광래 대표가 직접 나서 이들을 설득했고 두 선수는 해외 러브콜을 모두 뿌리쳤다.
이 과정에서 대구교육의 힘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구가 제시한 재계약 조건은 금액 면에서 국내외 러브콜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그 격차를 메운 것은 바로 '대구 교육'이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에드가의 경우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컸다. 현재 두 자녀가 대구에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아내가 대구교육에 반해 대구에 남길 원했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대구 생활 3년 차인 세징야 역시 마찬가지. '은퇴 후에도 브라질이 아닌 대구에서 살다'고 싶다고 할 정도로 대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조 대표는 안드레 감독처럼 여기서 지도자 생활을 하게끔 돕겠다고 제안했고 결국 세징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30대에 접어든 두 선수의 중요한 고민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달구벌 드림은 진행형~
과거 경남FC 감독 시절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수식을 받았던 조 대표는 대구에서도 유망주들을 육성중이다. 현재 대구 공격의 중심이 되는 김대원이 조 대표의 작품이다. 지난해 FA컵 우승 직후 조광래는 "시민구단은 예산이 적기 때문에 선수를 육성해서 구단을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까지 그렇게 해왔고 지금도 변함없다. 김대원과 정승원 등 이 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생일 때 내가 직접 뽑아 키워냈다"고 강조했다. 대구FC가 반짝인기일지 앞으로 명문구단으로 거듭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조 대표가 그리는 대구FC의 미래는 밝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대구FC에서 내 목표는 분명합니다. 지역 출신 어린 선수들이 대구FC 유니폼을 입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유니폼이 그들의 꿈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좋은 자원들이 대구 FC 선수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란다. "이들이 훌륭히 성장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우수선수 그것도 프랜차이즈 선수로 키울 수 있습니다.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많은 청소년이 대구FC를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구FC를 응원할 것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습니다. 대구FC가 진정한 우리들의 축구단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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