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통령 성격과 골프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골프만큼 사람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스포츠도 없다. '백악관에서 그린까지'(아카넷 간)의 저자 돈 반 나타 주니어(뉴욕타임스 기자)는 "누가 최고의 대통령 후보인가를 판단하려면, 모든 경쟁자를 골프장으로 모이게 하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성격과 인격, 심지어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까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대통령 골퍼는 빌 클린턴이다. 클린턴이라면 멀리건(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부터 떠올리게 한다. 18홀 동안 수십 개 이상의 '빌리건'(빌+멀리건)을 썼는데, 티샷뿐만 아니라, 아이언샷, 칩샷까지 내키는 대로 쳤다. 그때마다 '대통령이 사면을 허락하노라!'며 너스레를 떨었기에 모두 웃고 넘겼다. 그러나, 퇴임 후 뉴욕주로 이사해 동네 골프장에 회원 등록을 하러 갔다가 여러 골프장에서 거부당하는 창피를 당했다. 권력욕과 성취욕은 지극히 높으면서 윤리 의식은 바닥에 가까운 유형이다.〈안문석, 대통령과 골프〉

'워터게이트' 사건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반칙형이다. 공이 러프 지역으로 가면 발로 차 내고 손으로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클린턴처럼 스코어카드를 속임수로 적었다. 무엇이든 지기 싫어하다 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형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규칙적이고 소박한 스타일이다. 파4홀에서 11타를 치면 스코어카드에 그대로 적었고, 멀리건도 없다. 골프를 정치 행위와 연결시키지 않고 친구 지인끼리 1달러를 걸고 즐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 소유주인 만큼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 실력자다. 핸디캡 2.8에 19번의 클럽 챔피언십 우승 경력이 있다. 그런데, 칼럼니스트 릭 라일리는 그를 '속임수의 제왕'이라고 칭했다. 골프공을 발로 차 페어웨이에 올려놓는 일이 잦아 '골프장의 펠레'로 불린다고 썼다. 닉슨, 클린턴처럼 윤리 의식이 없는 유형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대통령은 언젠가 대형 사고를 치기 마련인데,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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