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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터널 사고 매년 증가, 대책 마련은 거북이걸음

2013년 100건에서 2017년 161건으로 늘어

울산포항고속도로 오천5터널에서 발생한 차량 추돌사고로 불에 타고 있는 트레일러를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울산포항고속도로 오천5터널에서 발생한 차량 추돌사고로 불에 타고 있는 트레일러를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고속도로 터널 내 교통사고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도로공사의 대책 마련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터널 교통사고는 2013년 100건, 2014년 110건, 2015년 130건, 2016년 141건, 2017년 161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사망자 수도 2013년 6명에서 2017년 14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국회의원은 "고속도로 터널 교통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터널 내부 조명이 어둡기 때문"이라며 "도로공사는 터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LED 조명등 설치와 차로 변경 단속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전국 터널 501곳(지난해 8월 기준) 가운데 LED 조명등을 설치한 터널은 163곳(32%)에 불과하다. 나머지 338곳(68%)은 형광등과 고압나트륨 조명등이 설치돼 있다.

전국 터널 내 조명등 60만9천952개 가운데 형광등이 21만6천126개(35.4%)로 가장 많고, 고압등 21만1천244개(34.6%), LED등 16만185개(26.3%), 저압등 2만2천397개(3.7%)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고속도로 터널 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창원1터널(32건·4명 사망·16명 부상), 상주터널(18건·2명 사망·10명 부상), 창원2터널(13건·1명 사망·7명 부상), 다부터널(13건·1명 사망·6명 부상), 문경새재터널(11건·3명 사망·3명 부상) 등 사고 다발 상위 5개 터널의 LED 조명등 설치률은 16%(1천900여개)에 불과했다.

고속도로 터널 교통사고는 밝은 곳을 달리다 터널에 진입한 직후 잠시 사물 인식이 어려워지는 '블랙홀 현상'이 주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터널 사고 발생 시 대피할 곳이 없어 2차 사고 위험도 크다. 화재로 인한 연기 때문에 질식하거나 대피를 못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2016년 12월 창원1터널을 시작으로 차로 변경 위반차량을 단속하는 '터널 스마트 단속시스템'을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2년이 넘도록 확대 운영에 속도를 못내고 있다. 올 4월 현재 이 시스템이 설치·운영되는 곳은 창원1터널을 비롯해 상주터널, 다부터널, 둔내터널 등 4곳 뿐이다.

윤관석 의원은 "터널은 방어 운전에 필요한 공간이나 대피 공간이 적어 연쇄 및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터널과 노후가 심한 터널에 대해서는 LED 조명등으로 교체하고,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도로공사 측에 수 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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