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가 전경린, "현실의 근심과 괴로움을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22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소설 통해서 독자들도 살아갈 힘 얻어가길"

소설가 전경린 씨가 22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아 괴테의
소설가 전경린 씨가 22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아 괴테의 '파우스트'를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를 논했다. 사진 임경희 매일 탑리더스 미디어전문위원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가도 좋다. 그러면 나는 기꺼이 죽으리라.'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계약을 할 때 나오는 대사입니다. 자유도 생명도 싸워서 얻어야 누릴 자격이 있는 겁니다."

대표작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전경린 씨가 매일 탑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았다. 전 작가는 이날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를 소개하며 우리 삶의 실존 문제를 논했다.

전 작가는 "젊었을 때 파우스트를 접했으나 신과 악마, 지옥과 천국이 나오는 뻔한 내용이라 여겨져 책을 덮었다가 재작년에 우연히 다시 읽게 됐는데 경험이 쌓이고 나니 이번에는 책에 빠져들게 됐다"며 파우스트의 줄거리를 자신의 시선으로 소개하며 그 속의 의미를 공유했다.

그는 파우스트가 사랑과 관능에 빠지기도 하고, 권력을 탐하기도 하다 결국은 모든 것이 일장춘몽, 인생무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소개하며, "파우스트는 삶 속에서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지 않고 그냥 흘려보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 교훈"이라며 "현실의 근심과 괴로움을 사랑하면서 조금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를 바라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문학 작품 속 인물에 대해 광인이냐 정상이냐 판단을 하는 것은 매우 한정적인 시각일 뿐"이라며 "문학의 가치는 어떤 특이한 인간, 소외된 인간이라도 그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면서 그 존재를 정당화하는 데 있고 그것이 문학의 가치이자 아름다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 소설을 정신분석학자가 분석한다면 '이 사람은 소설을 통해서 자신을 구해왔다'고 얘기할 것 같다"며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매우 어려웠을 것이고, 다른 소설가를 통해서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계속 얻는 것 같다. 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그것을 얻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전 작가는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사막의 달'로 등단한 뒤 2004년 단편소설 '여름휴가'로 대한민국소설문학상 대상, 2007년 단편소설 '천사는 여기 머문다'로 제3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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