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육군 제2작전사령부 3192부대. 여느 군부대와 다르지 않은 외관의 막사 안에서는 10여 명의 병사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지난 3월 29일 문을 연 '병영 내 도서관'이다.
책장에는 신간을 비롯한 다양한 장서가 가득했고, 한쪽에는 원두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었다. 병사들의 옷차림과 한쪽에 놓인 '국방일보'만 없었다면 군부대 내부라고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책을 읽던 장민규(21) 상병은 "예전에는 먼지 가득한 버려진 공간이었지만 인테리어를 싹 바꾼 지금은 취침 시간 이후에도 허가를 받고 오는 장병들이 많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영·호남·충청을 관할하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황인권(56·대장) 사령관이 취임 일성으로 '책 읽는 병영 문화'를 내세우고 병영 내 도서관 개선에 앞장서면서다.
이런 문화가 자연스레 예하 부대까지 퍼지면서, 엄혹한 군기와 철저한 통제로 상징되던 군 병영 문화가 병사의 여가 시간 활용과 자기 계발을 존중해 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황 사령관은 군 안팎에서 소문난 '독서광'이다. 명함까지 책갈피 형태로 만들어 주변에 독서를 권한다는 그는 사령관 부임 직후 '무열 지력단련 2020'이라는 이름으로 전 장병들이 하루 20분, 20페이지의 책을 읽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예하 사단 신병교육대에 '독서 코칭' 과목을 개설하는가 하면, 최근 병영 내 휴대전화 허용에 따라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자기 계발에 힘쓰자는 운동까지 시작했다.
황 사령관은 "GOP 소초장이던 소위 시절, 친구가 가져다준 책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고 이후에도 책에서 자기 관리와 유연한 사고 등 원동력을 얻었다"며 "젊은 병사들에게 군 생활을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여기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첫 목표는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책을 읽고 싶어도 군 조직의 특성상 다른 부대원이나 간부들의 눈치 때문에 읽기 어려운 탓이다.
황 사령관이 부임한 후 수천 권 수준이던 부대 내 도서관 장서량은 신간을 포함해 3만여 권까지 늘었다. 양희원(26·대위) 3192부대 인사과장은 "희망 도서 리스트를 받아 두 달마다 자체 순환과 기관 기증 등을 통해 책을 바꿔주고 있다"고 했다.
서평이나 독후감 등 각종 대회 입상을 노리고 '급독서'를 시작했다가 아예 책의 마력에 빠진 병사들도 크게 늘었고, 군대 갈등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령부 관계자는 "자체 집계 결과 올해 1~3월 상·하급자 간 갈등과 이로 인한 징계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가량 줄었다. 독서 문화 확산이 병영 문화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황 사령관은 "독서를 통해 장병들이 유연한 사고를 갖춰 전투력 향상은 물론, '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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