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령관님은 독서왕" 육군 제2작전사, 독(讀)한 병영문화 열풍 눈길

민간 도서관 못잖은 시설·장서 갖춰 '병영 독서문화' 확산 앞장
황인권 사령관 "편하게 책 읽을 환경 만들어 문화 바꿔나가야"
장서량 3만권 돌파, 도서관 100여곳 활성화… 갈등 징계 55%↓

26일 육군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병영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6일 육군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병영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6일 오후 육군 제2작전사령부 3192부대. 여느 군부대와 다르지 않은 외관의 막사 안에서는 10여 명의 병사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지난 3월 29일 문을 연 '병영 내 도서관'이다.

책장에는 신간을 비롯한 다양한 장서가 가득했고, 한쪽에는 원두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었다. 병사들의 옷차림과 한쪽에 놓인 '국방일보'만 없었다면 군부대 내부라고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책을 읽던 장민규(21) 상병은 "예전에는 먼지 가득한 버려진 공간이었지만 인테리어를 싹 바꾼 지금은 취침 시간 이후에도 허가를 받고 오는 장병들이 많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황인권 육군제2작전사령관이 책 읽는 병영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황인권 육군제2작전사령관이 책 읽는 병영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경북을 비롯해 영·호남·충청을 관할하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황인권(56·대장) 사령관이 취임 일성으로 '책 읽는 병영 문화'를 내세우고 병영 내 도서관 개선에 앞장서면서다.

이런 문화가 자연스레 예하 부대까지 퍼지면서, 엄혹한 군기와 철저한 통제로 상징되던 군 병영 문화가 병사의 여가 시간 활용과 자기 계발을 존중해 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황 사령관은 군 안팎에서 소문난 '독서광'이다. 명함까지 책갈피 형태로 만들어 주변에 독서를 권한다는 그는 사령관 부임 직후 '무열 지력단련 2020'이라는 이름으로 전 장병들이 하루 20분, 20페이지의 책을 읽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예하 사단 신병교육대에 '독서 코칭' 과목을 개설하는가 하면, 최근 병영 내 휴대전화 허용에 따라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자기 계발에 힘쓰자는 운동까지 시작했다.

황 사령관은 "GOP 소초장이던 소위 시절, 친구가 가져다준 책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고 이후에도 책에서 자기 관리와 유연한 사고 등 원동력을 얻었다"며 "젊은 병사들에게 군 생활을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여기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첫 목표는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책을 읽고 싶어도 군 조직의 특성상 다른 부대원이나 간부들의 눈치 때문에 읽기 어려운 탓이다.

황 사령관이 부임한 후 수천 권 수준이던 부대 내 도서관 장서량은 신간을 포함해 3만여 권까지 늘었다. 양희원(26·대위) 3192부대 인사과장은 "희망 도서 리스트를 받아 두 달마다 자체 순환과 기관 기증 등을 통해 책을 바꿔주고 있다"고 했다.

서평이나 독후감 등 각종 대회 입상을 노리고 '급독서'를 시작했다가 아예 책의 마력에 빠진 병사들도 크게 늘었고, 군대 갈등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령부 관계자는 "자체 집계 결과 올해 1~3월 상·하급자 간 갈등과 이로 인한 징계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가량 줄었다. 독서 문화 확산이 병영 문화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황 사령관은 "독서를 통해 장병들이 유연한 사고를 갖춰 전투력 향상은 물론, '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